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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수승대, 수송대로 지명변경 예고하자 ‘반대 봇물’

기사승인 [0호] 2021.09.08  16: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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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대 이름 자체 아름답지 못해
수승대 개명한 것 대다수가 알아

역사적 연원주장은 또 다른 문제
군, 명칭변경은 예규에도 어긋나
지역정치권도 반대 입장 명확해

거창군 위천면에 소재한 국가 명승 제53호 수승대 입구. 한자로 수승대(搜勝臺)라고 쓰인 푯말이 수승대관광지라는 이정표와 함께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수승대를 수송대로 바꾸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오래 익숙해진 지명을 변경하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앞서 지난 2일 “역사적 연원이 오래된 명칭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헌 분석 결과 ‘수승대’라는 명칭이 사용된 시기는 1543년 이후로 확인됐고, 수송대는 삼국시대부터 ‘수송대’, ‘수송암’으로 알려져 왔으며, 수승대 명명 이후에도 ‘수송대’와 ‘수승대’ 명칭이 혼용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선시대부터 사용된 수승대 보다는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수송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9월 6일부터 10월 5일까지 30일간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첫날부터 반대의견이 절대적이다.

귀촌 3년차인 거창군민이라고 밝힌 이성호 씨는 “수승대는 거창의 자랑이고, 수승대를 처음 방문할 때부터 수송대라는 이름도 알고 있었고,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이름이 변경된 과정과 배경에 대하여도 알고 있다”면서 “역사적 연원이 오래된 수송대라는 이름이 적합하다는 주장이지만, 이름이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송대는 이름 자체에 슬픔을 안고 있어 이를 고려해 일찍이 퇴계 이황이 이름 좋지 못함을 아시고 이름을 아름답게 개명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 맞으나 문제가 없는데 단지 역사적인 연원 때문에 변경하는 것은 또 다른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어 “두 이름으로 또 다른 혼란을 만들 것이며 이름 변경으로 인하여 행정, 경제, 관광, 문화적인 차원에서 많은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의견들 역시 ‘수승대 거북바위에 수승대로 이름을 바꾼다는 퇴계 선생님의 글이 음각되어있고 전국적으로 수승대라고 알려져 있는데 수송대로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거나 ‘수도 서울을 예전 한양으로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명칭 변경할 수 있는지요’라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거창군은 조호경 문화관광과장이 올린 글에서 문화재청의 예규를 제시하며 문화재청에 유감을 나타냈다.

자연유산(천연기념물 및 명승) 지정명칭 부여 지침을 규정한 문화재청 예규 제212호 6조 1항은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로 명시돼 있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명칭의 대표성이 결여되었거나, 새로운 사료나 문헌자료의 발견 등으로 변경할 경우에는 역사적 고증과 학술적 검토 등을 거쳐야 하고(2항),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관리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분쟁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여야 하며(3항), 행정적·교육적·사회적 제반 여건과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거창군은 이를 근거로 “역사성 검토 부분은 문화재위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지만 예규에 규정된 사항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지역주민에게 논란과 혼란, 무력감을 준 것이 특히 유감스럽다”면서 “예규에 명시된 규정을 따라달라”고 요청했다.

수승대 구연대(거북바위:높이 10m, 50㎡)에 쓰여진 퇴계 이황 선생과 요수 신권 선생의 글씨. 퇴계 선생이 "수승대라 대 이름 새로 바꾸니, 봄 맞은 경치는 더욱 좋으리다"고 권한 4율시가 적혀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수승대 거북바위에는 퇴계 이황 선생과 요수 신권 선생의 시가 새겨져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김태호 국회의원실도 최기봉 보좌관이 올린 글을 통해 문화재청의 일방적 추진해 강력히 항의했다. 최기봉 보좌관은 “지역의견(지자체, 관련단체)과 명칭 변경에 대한 지역의 제반 여건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수승대는 국민 관광지로서 관광객 등 혼선초래와 함께 지역 혼란과 큰 파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재청, 정부기관, 국무총리실, 청와대 등에 명칭 변경 부당성 등과 문화재청의 잘못된 점등을 직접 찾아 전달하고 철회의 당위성을 알리겠다”며 “문화재청 관련 부서에서는 조속히 철회하고 저희 의원실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주시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별도 반대 의견은 정식 공문으로 통보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표주숙 거창군의원도 “지역주민과 해당 지자체인 거창군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되고 있는 수승대의 명칭 변경은 절대 반대한다”며 “문화재 당국이 일방 강행할시, 거창군민의 한사람으로서 좌시하지 않고 강력히 저항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찬성 의견도 엿보였다. 거창군 웅양면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만화 씨는 “국가 명승 제53호가 역사적 신분 상승을 하는데 반기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라며 “역사는 상업성의 가치에서 접근하면 안 되고 사실에 근거한 진실된 기록을 바탕으로 긍정의 역사든 부정의 역사든 후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명칭 변경을 역사적 관점에서 평가했다.

특히 “거창의 역사는 남명선생의 영향이 더 크고, 남명선생은 퇴계보다 도산을 더 좋아하셨다”며 ”신라의 역사(수송대)가 퇴계에 의해 왜곡된 것으로 어찌 보면 남명과 퇴계의 학파 갈등에서 수송대가 지금의 수승대로 왜곡되어 사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역사의 진실은 ‘수송대’라며, 구인모 군수님은 경남도 문화국장 출신이시니 명칭과 관련된 진실을 잘 알고 계실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시고 군수님의 정치적 영역에서 거창의 역사를 바라봐서 심히 유감이다”고 밝혔다.

이만화 씨는 이어 “여론 수렴과정이 성명서를 통하여 정답과 방향성을 먼저 정해놓고 있고, 거창군 산하 문화원에서 지방향토학자들 예산권을 쥔 군수님을 두고 역사적 객관적 고찰이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경남도 지정 명승이 아니라 국가지정 명승이기 때문에, 그 권한 또한 문화재청에 있다”고 명칭 변경에 힘을 실었다. 다만 ”거창군과 관련 학술 단체들과 사전 교감작업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고 덧붙였다.

이만화 씨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역사동아리에서 수송대에 대한 고찰과 많은 토론이 있었던 내용으로 명칭 변경에 대해서 많이 건의도 드렸다”면서 “역사 왜곡은 중대범죄 행위로 정치적 상업적 이유로의 해석은 절대 안 되며, 역사는 사실성과 진실성 역사성이 역사의 가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왜곡된 조선의 역사보다 신라의 찬란한 문화 역사성이 더 높다”면서 “거열산성의 명칭도 바로 잡아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명승 별서정원의 지정가치와 역사성 검토 결과에 따라 고시문과 국가문화유산포털에 게재한 내용을 9월 6일 정정하고, ‘거창 수승대’의 지정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9월 6일부터 10월 5일까지 30일간 공고하여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창군은 예고 기간 내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를 통해 적극적인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수송대가 수승대로 바뀐 내역

수승대(搜勝臺)라는 이름은 1543년 퇴계 이황이 안의삼동을 유람하면서 처가가 있는 영승마을에서 수송대(愁送臺)라는 얽힌 내력을 듣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니, 수송과 소리가 같은 수승으로 고치라고 요수 신권에게 권유한 시에서 비롯됐다. 퇴계는 영승마을에서 왕의 부름을 받고 급하게 한양으로 떠나면서 원학동을 방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시로 적었다.

수송대(愁送臺)라는 이름은 거창 일대가 백제에 속했을 무렵, 국력이 쇠했던 백제는 당시 강대국 신라로 사신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한데 신라로 간 백제 사신 가운데 온갖 수모를 겪다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탓에 신라로 가는 사신이 떠날 때면 위로 잔치를 베풀곤 했는데, 그때 이용됐던 곳이 근심 수(愁)와 보낼 송(送)을 써서 수송대였다고 한다.

 

*문화재청 의견 등록 바로가기

https://www.cha.go.kr/nationBbz/selectNationPostList.do?mn=NS_01_04&nationId=312906&pageIndex2=1&searchCnd=&searchWrd=&searchStartDay=&searchEndDay=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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