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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하는 ‘함양연암문화제’

기사승인 [97호] 2022.08.22  11: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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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문화제에서 실시하고 있는 박지원 안의현감 부임행차 사또 행렬 퍼레이드. 연암이 일산대를 받쳐 든 말을 타고 화려한 복장을 한 취타대의 주악에 맞춰 행하는 떠들썩한 부임행차는 사실을 왜곡한 부끄러운 일이다. 애민·위민의 목민관인 연암을 욕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함양군청 자료사진>

안의현감을 지낸 연암 박지원의 실학사상을 재조명하고 그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함양연암문화제가 8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안의면 오리숲 일원에서 개최된다.

잘 아시다시피 연암은 실학자, 소설가, 행정가다. 관직에 나오기 전에 청나라 사신 사은사를 호종해 한양에서 북경을 거쳐 열하까지 장장 3000리를 여행했다. 이 사신 길에서 청나라의 문물과 이용후생하는 실생활을 비롯하여 정치·경제·천문·지리·문학 등 각 방면에 걸친 청나라의 신문물 등 실학사상을 소개한 기행문이 그의 대표작 ‘열하일기’이다.

연암은 지천명을 지나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첫 목민관으로 안의현감을 부임하면서 단출한 행장을 하고 조용히 왔다. 부임해서는 물레, 베틀, 방아를 찧고 발전을 하는 물레방아 등 열하일기에 소개된 백성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유용한 기구를 제작·보급했다.

이임할 때는 백성들에게 부담된다고 공적비도 못 세우게 하고, 오직 백성을 생각하고 백성을 위해 일한 목민관이다. 이처럼 훌륭한 목민관의 행적을 귀감으로 삼는 문화제는 많이 발전시켜야 한다.

올해로 18회째를 진행해 온 연암문화제는 박지원의 부임행차인 사또 행렬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복장을 한 취타대의 주악에 맞춰 가마를 타거나 말 잔등에 올라앉아 말구종 잡힌 하인들과 거들먹거리는 이 부임행차는 실제는 있지도 않은 허구의 사실을 기획·연출한 것이다. 사람들의 볼거리를 만들려고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역사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역사이며 동시에 그 후손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사또부임행사는 춘향전에서 탐관오리의 대명사로 일컫는 변 사또의 부임행차를 남원 춘향제에서 재현하여 볼만하다고 하여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생각되나 콘셉트를 잘못 잡은 것이다.

연암이 어사화에 일산대 받쳐 든 가마나 말을 타고 행하는 떠들썩한 부임행차는 사실을 왜곡한 부끄러운 일이다. 애민·위민의 목민관인 연암을 욕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행사를 주관하는 함양연암문화제 추진위원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차제에 안의지역에서는 허삼둘 가옥정비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정비사업을 하면서 과도하게 대지면적을 넓혀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옛날에는 벼슬을 하지 않은 서민은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도 집의 규모에 제약을 받았다. 넓고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역사적 고증도 하지 않고 예산을 투입하여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무식한 짓을 했다고 욕먹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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