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 드러낸 지리산 엄천강… 소수력발전소 폐해 여전

주민들 “강바닥 보인 적 없었다”
수위 낮아져 일부어류 말라죽어

발전소 하천 수위 영향에 따른
‘환경변화 실태조사’ 강력 요구

9일 함양군 휴천면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가동을 하면서 수위가 낮아져 지리산 엄천강 강바닥이 드러났다. 주민들은 '환경변화 실태조사'를 거친 뒤에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함양군이 무리하게 발전소를 가동해 주민들의 극심한 항의를 받았다. <사진: 최상두 기자>

함양군 휴천면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농번기 때 가동하면서 강바닥이 바닥까지 드러나 주민들의 극심한 항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데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9일 휴천면 동강·운서·원기·한남·동호 등 5개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께 소수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엄천강 상류 쪽에 수위가 1m정도 낮아져 강바닥이 보이고, 농수로 쪽에도 물이 줄어들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수미꾸리 등 일부 어류들이 말라죽기도 했다.

엄천강은 지리산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강이다. 이곳에는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과 남생이(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1급), 꼬치동자개, 수수미꾸리 등 각종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큰 가뭄에도 물이 줄어들지 않는 엄천강이 소수력발전소로 인해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지역민들에게는 충격적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주민들은 “여지껏 이렇게 강바닥이 보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주민들은 소수력발전소 가동으로 “강물 유량 급감, 환경·생태계 파괴, 어로자원 고갈 등을 유발해 엄천강 급류 래프팅, 어업, 숙박, 식당 등 관광과 생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함양군이 이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주민 A씨(49)는 농번기임에도 무리하게 발전소를 가동한 것에 대해 발전수익금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운서보 소수력발전소는 2014년 9월 가동을 시작해 7~8월과 농번기에는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실제 가동일자는 2018년 62일, 2019년 58일, 2020년 215일 전력을 생산했다. 이 기간 발전수익금은 2018년 7503만원, 2019년 6727만원, 2020년 4969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사실상 미미한 발전수익으로 폐쇄 여론에 맞서자 경제성 확보를 위해 발전소를 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소수력발전소는 최근 야간에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소수력발전소가 하천 수위에 영향을 미치기에 ‘환경변화 실태조사’를 거친 뒤에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함양군은 이를 외면하고 모내기를 하기도 해서 논에 물이 많은 필요한 농번기임에도 무리하게 발전소를 가동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은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함양군청 관계자는 “하천에 물이 많지 않다. 수위를 봐 가면서 소수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데, 멈추는 시간 조절을 놓쳤다”며 “당분간 가동을 하지 않고 앞으로는 하천 수위를 봐가면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수력발전소 가동으로 인해 엄천강 바닥이 드러나며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119와 함양군 관계자들이 현장을 참관했다.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운서보 소수력발전소 논란,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