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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엄천강 소수력발전소… 해체가 지역경제에 도움

기사승인 [64호] 2021.04.06  10: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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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수익 2억 가량 예상했으나
3000~7000만원 발전량에 그쳐

식당·펜션·래프팅 업체 피해로
지역관광산업도 폭탄 맞아

발전소 천덕꾸러기 신세에
설치 후 엄천강 수위도 낮아져

유림·휴천 재해지구 개선사업
접근한다면 실마리 풀 수 있어

드론을 띄워 본 함양군 운서보 소수력발전소 전경. 좌측 상단 원안에 보이는 곳이 터빈실로 수해가 나면 돌과 흙이 차면서 발전을 멈추게 한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지리산 엄천강에 위치한 함양군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해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계륵처럼 방치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1일 휴천면 남호리 등 5개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함양군 휴천면 천왕봉로 2354 일원에 31억4000만원의 예산으로 2011년 3월 공사를 시작해 2014년 9월 가동을 시작한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복구공사와 유량부족으로 멈춰서 있는 기간이 더 많은 실정이다. 특히 가동일자는 2018년 62일, 2019년 58일로 100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발전용량은 200㎾짜리 수차 2대로 총 400㎾ 규모다. 2018년 8월 집중호우로 펜스스크린 등 시설 일부가 유실되면서 함양군은 2억9000만원을 들여 복구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가 많이 오면 발전기 2대를 가동하나 수위가 적을 땐 1대만 가동한다.

함양군은 2014년 7월 군의회 보고에서 소수력발전소 연간수익은 40% 중반 가동률로 볼 때 약 2억원 상당의 발전을 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연간 발전수익은 3000~7000만원 상당 정도의 발전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40% 중반 가동률은 발전소의 최대치에 해당된다. 이를 100% 기준으로 잡아 환산하면 가동률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15년으로 340일 발전해 가동률 68.7%로 1억원 상당의 발전수익을 올렸다. 반면 발전율이 가장 낮았던 연도는 2019년 58일 가동률 13.5%로 1800만원의 발전수익을 올렸다. 2020년은 215일 가동해 31.5%의 가동률로 3900만원의 발전이익을 냈다.

함양군 관계자는 “이는 전력거래소의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더하면 실제 발전수익은 더 늘어난다”고 했다. 이 둘을 더해 운서보 소수력발전소의 발전수익(SMP+REC)은 2018년 7500만원, 2019년 6700만원, 2020년 5000만원의 수익금을 올렸다.

문제는 또 있다. 발전소의 옹벽부실로 인해 터빈실에 물이차고, 고장 시에는 부품의 소량주문 생산으로 시일이 많이 소요되어 터빈 1개에 2500만원, 벨트 1개에 600만원의 수리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운서보의 발전이 중단된 것도 발전소 내에 흙이 차이면서 발전효율이 떨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리산 엄천강은 용유담에서 내려오는 급류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 카약 국가대표 훈련장소로 이름난 곳이다. 하류의 산청도 래프팅으로 유명하지만 초보자들이 많이 찾고, 이곳은 전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단골 카약 마니아도 많다.

주민들은 “2014년 엄천강에 보를 만들어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하고 난 뒤 강 전체 수위가 급격하게 떨어져 비오는 날밖에 배를 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운서보는 예전부터 농업용으로 있었으며, 절단해서 발전소 공사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5개에 이르던 인근 래프팅 업체가 대부분 문을 닫고 손님이 뜸해졌다. 그러자 인근 식당·펜션들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붐비던 관광산업도 폭탄을 맞아 여름 휴가철에도 뜸한 상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소수력발전소 설치 후 물고기도 자취를 감췄다고 주민들은 아우성이다.

휴천면 동강·운서·원기·한남·동호 등 5개 마을 주민들은 “발전소 가동 이후 강물 유량 급감, 환경·생태계 파괴, 어로자원 고갈 등을 유발해 엄천강 급류 래프팅, 어업, 숙박, 식당 등 관광과 생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운서보 소수력발전소는 함양군 이익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현재와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되면 호우에는 다시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 심각한 예산낭비도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2014년 주민들이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 설치 전의 평시 유량은 약 4cms(㎥/s)인데 발전소 가동 후 유입 유량이 약 7~8cms에 이르러 유량이 3배 이상 크다. 이로 인해 발전 전보다 상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3배 이상 빨라졌다. 따라서 평소 비가 30㎜ 내릴 경우 3일 정도 래프팅이 가능하던 것이 발전 이후 1일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 이후 강의 수위가 1m 이상 급격하게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또 낙동강홍수통제소의 실시간 수위자료 중 엄천강-마천 지점의 2014년과 2015년 7~8월의 수위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2014년엔 3m 이상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2015년엔 2m30cm~3m로 들쑥날쑥하다.

함양군은 “운서보 소수력발전소는 국도비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폐쇄를 군에서 결정할 수 없으며 상위기관에선 사업을 계속하라는 입장”이라며 “날씨 및 기후의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 설비의 특성상 발전효율이 떨어지기는 하나 경제성만을 사업목표로 삼지 않기에 지속적인 유지관리 및 운영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수문 8개 중 2개 정도를 상시 개방해 일정한 유수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어도 높이를 낮추는 문제 등은 관련부서와 협의했다”며 “7~8월 2개월과 농번기 때는 발전소를 돌리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은 발전 총수익의 10%를 인근 5개 마을에 배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서보 소수력발전소가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더 이상 운영은 어려워 보인다.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해 얻는 경제적 이익도 미비할 뿐 아니라, 오히려 소수력발전소로 인해 식당·펜션·래프팅 등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 끼치는 실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한편 함양군은 유림면 서주지구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확대 지정된 휴천면 한남지구, 그리고 급경사지 정비사업 2개소 등에 올해부터 6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연차별로 정비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에 확보된 예산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수력발전소를 주민 생존권 차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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