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올림픽에 대한 단상

기사승인 [72호] 2021.08.02  13:30:26

공유
default_news_ad2
이원우 대중문화평론가, 미래한국 전 편집장.

공식 명칭은 여전히 ‘TOKYO 2020’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70억 인구가 ‘잃어버린 시간’을 살고 있는 지금, 일본은 2020년으로 시간을 되돌려 세계인의 제전을 진행하고 있다.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문제없이 마칠 수 있을까?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복잡한 감정은 도쿄올림픽에 대한 전망마저 흐리게 만든 면이 없지 않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이번에도 ‘사람’ 덕분이었다. 오로지 승부의 그날만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방울을 흘려온 선수들의 모습을 보자 무더운 여름에도 꽁꽁 얼었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단 한 번의 게임에서 남김없이 모든 것을 불태우되 결과에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 스포츠만의 이 심플한 메커니즘에는 다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모든 올림픽이 다 이렇게 멋진 것은 아니었다. 현대 올림픽의 효시인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는 어떤 구기종목도 없었으며 모든 보트경주는 악천후로 취소됐다. 아직까지 대회의 체계가 잡히지 않아 이전까지 한 번도 원반던지기를 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러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 대중매체가 중계를 시작했다. 세계인의 ‘시선’이 선수들에게 닿게 되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아프리카 출신 미국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지위로 도약하는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1984년 LA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쯤에는 이미 올림픽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바뀌어 있었다.

보통 ‘올림픽 정신’이라고 하면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는 아마추어 정신을 지칭하지만 실상은 완벽하게 달라진 지 오래다. 프로리그가 없는 비인기 종목의 경우에도 물밑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한국의 양궁 국가대표가 얼마나 격렬한 경쟁을 거쳐 선발되고 있는지는 이미 꽤 유명한 사실이 됐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일 정도다. 그래도 선수들은 모든 고난을 묵묵히 감수한다. 경쟁의 치열함에 비례해서 자신의 인생이 도약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관찰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폐쇄적 국가주의에 대한 탈피 움직임이다. 국내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 지나쳐 상대편 선수를 깎아내리는 식의 편파중계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제 ‘우리 편’을 상대하고 있는 맞은편 선수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동료이며,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리고 ‘2등’도 충분히 위대하다는 것을 안다. 한 층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스포츠를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년마다 열린다는 뜻의 ‘올림피아드’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 올림픽이 5년 만에 열렸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스포츠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꾸준히 변화한다. 올림픽을 축제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게 선수들과 우리 모두가 성장(成長)하고 있다는 사실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