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맑고 눈이 부시다. 그러는 동안 그에게는 얼마나 많은 눈물과 그늘이 있었을까. 아픔 없는 사람이,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늘이 햇빛을 더욱 빛나게 하듯 아픔이 사랑을, 상처가 삶을 더욱 찬란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을 언제쯤 알았을까. 눈물 없는 사랑은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기까지는 왜 그렇게 힘겨운지. 예전에 미처 알았다면, 아니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상처가 있었기에 그 시절이 그립고, 그늘이 있었기에 반짝이는 햇살이 아름답다는 삶의 지혜를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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