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야문명의 비밀 간직
10년간 세계유산 노력 결실
최초 3개 고분에서 7개로 확대
우리나라 16번째, 경남 4번째
가야역사문화권 관광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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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문명을 품은 가야고분이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최종 확정됐다. 가야고분군은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등재되는 세계유산으로 경남은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통도사(2018년), 남계서원(2019년)에 이어 4번째다. <사진: 경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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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고분군 가운데 하나인 옥전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 확정을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담당주무관, 이선기 합천부군수, 조원영 가야사복원담당계장. <사진: 합천군> |
600년 고대 가야 문명을 대표하는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유산 16건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경남도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에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박완수 도지사와 도내 고분군이 위치해 있는 김윤철 합천군수, 홍태용 김해시장, 조근제 함안군수, 이상근 고성군수, 성낙인 창녕군수가 참석했다.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전 세계적으로 가야 문명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며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잘 보존하고 관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 회장인 김윤철 합천군수는 “옥전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의 우수한 역사와 세계유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이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부터 추진했던 가야고분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1500년전 역사 속의 가야문화권이 ‘세계 속의 가야’로 부활되어 재조명될 전망이다.
가야고분군은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등재되는 세계유산이다. 경남은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통도사(2018년), 남계서원(2019년)에 이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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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 모습. <사진: 경남도> |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의의
가야고분군은 2012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3년 6월 문화재청에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세계유산 추진을 위한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같은 해 경북 고령을 시작으로 2017년 경남 합천‧고성‧창녕과 전북 남원 등 총 3개 도, 7개 시군이 등재신청 대상 선정, 등재신청서 제출 등 10여 년간 힘을 모았다.
이어 2021년 1월 가야고분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해 심사 단계를 거쳤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심사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평가 결과 세계유산 ‘등재 권고’ 결정을 받았으며, 17일 등재 결정이 최종 확정됐다. 공식 등재일은 폐회일인 25일이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남에는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경북에는 △고령 지산동고분군, 전북에는 △남원 유곡리, 두락리고분군이 있다.
가야고분군은 지리적 분포, 입지, 고분의 구조와 규모, 부장품을 통해 주변국과 공존하면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해 온 ‘가야’를 잘 보여주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세계유산 평가 기준 중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를 충족해 현재와 미래 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세계유산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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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옥전고분군. <사진: 합천군> |
합천 옥전고분군의 특징
합천 쌍책면 성산리에 위치하는 옥전고분군은 4~6세기 쌍책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대도와 철제무기류, 금은 장신구 등이 출토되어 가야 금속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유리잔 등 교역품은 가야의 다른 정치체, 주변국과 활발히 교류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옥전고분군은 우리나라 고분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저 화려한 장신구로는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 가락지 등이 출토됐다. 귀걸이는 40쌍이 발견되었는데 지금까지 조사된 어느 가야고분보다도 많은 수량일 뿐만 아니라 화려한 장식과 정교한 세공 기술은 당대의 백제나 신라의 귀걸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쿠마모토현 에다후나야마고분군, 덴사야마고분 등에서는 합천 옥전고분군의 것과 유사한 금귀걸이가 출토되어 두 지역의 교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옥전 28호분에서 출토 금귀걸이는 가야 귀걸이를 대표하는 유물로 일본 금속 공예에 영향을 준 점을 인정받아 2019년 12월 보물 제2043호로 지정됐다.
목걸이는 옥전(玉田·구슬밭)이라는 유적의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구슬로 만들어졌다. 특히 M2호분에서는 한꺼번에 2000여개가 넘는 구슬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야고분에서는 처음으로 이러한 구슬을 다듬는 데 사용되었던 사암제의 옥을 갈던 숫돌이 발견되어 이 지역에서 직접 구슬을 제작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신분을 상징하는 유물도 많이 출토됐다. 23호분에서는 맨 윗부분에 금동봉이 있어 국내에는 그 예가 없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되는 금동관모(金銅冠帽)가 출토되었고, 용이나 봉황문양으로 장식한 고리자루큰칼은 35호분과 M3, M4, M6호분에서 출토됐다. 특히 M3호분에서는 용봉문양 2점, 봉황문양 1점, 용문장식 1점 등 장식 고리자루큰칼 4자루가 함께 부장된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고 지배자급 무덤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이를 인정받아 2019년 12월 보물 제2042호로 지정됐다.
옥전고분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철제품들이 출토됐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는 무기와 갑옷, 말갖춤들이다.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말머리가리개는 일본의 것보다 시기적으로 빠르고 수량도 휠씬 많아 당시 우위의 무장력을 갖춘 일본이 가야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에서도 그 근거를 잃게 됐다.
옥전고분군에서는 가야 고분에서는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의 로만글라스가 발견됐다. 이 유리그릇은 지중해 연안에서 제작된 유물로서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산하였으며, 동서 문물 교역의 중심에 있던 신라가 이것을 받아들여 가야지역에 전했다고 본다. 5세기 강력한 세력을 형성했던 옥전고분군 축조 세력의 대외교섭 능력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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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옥전고분군에서 발견된 로만글라스. <사진: 합천군> |
‘다라’ 명칭 한중일 공통적 사용
‘다라’라는 명칭은 현재 옥전고분군 동쪽에 위치한 ‘쌍책면 다라리’라는 지명으로도 전해지고 있으며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는 나라 이름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외교문서인 양직공도(6세기)와 일본서기(8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직공도는 530년대 중국 양나라에 조공 온 외국사절을 묘사한 그림으로다라라는 국명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의 가야사연구자인 조희승도 그의 저서(북한학계의 가야사 연구)에 6가야 외에도 가야지명이 있을 수 있으며, 합천 일대에 다라국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본열도의 다라와 관련된 지명도 다라사람들의 일본 진출 및 정착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밀양박씨 관련 문건에서도 ‘다라’라는 지역명을 발견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사용된 지명임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옥전고분군에 출토된 많은 양의 비늘갑옷, 투구, 말투구, 말갑옷 등 고고학 자료들을 통해 이 고분군을 다라국의 지배묘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전고분군은 최고 수장급의 고분에서 발견되는 유물을 거의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가야 최고 지배자의 무덤으로, 용봉문양 고리자루큰칼이나 철제갑옷, 금동장 투구, 말머리가리개에서 가야문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분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평가되며, 합천지역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증명하는 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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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2045호 옥전 M6호분 금귀걸이. <사진: 합천군> |
1500여년 전 존재했던 가야
가야고분군은 공간적 특징과 유산의 형성 과정을 나타내기에 충분한 규모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는 고분군의 속성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경남도는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을 온전히 보전하는 동시에 고분군과 유물들을 적극 활용한 가야역사문화권 인프라를 조성해 전 세계적으로 가야 역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세계인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보존과 관리, 활용을 위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세계유산에 대한 홍보와 공연 등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게 된다.
경남도는 가야유산과 연계한 역사문화관광 거점지역을 조성해 가야고분군 일원을 경남 대표 문화유산으로 활성화해 남해안 관광벨트와 연계한 경남 관광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