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다. 언론이 감시·비판의 소리를 내지 않으면 언론을 포기한 것이다. 군의회가 집행부를 견제·비판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의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지방의회의 존재이유는 집행부의 비판과 견제에 있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소홀이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온다.
함양군의회는 지난 행정감사 때, 거세된 모습을 보여 뜻있는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의원들의 눈물에 속고, 큰 절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행정감사에서 군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쿠팡 사업철수’와 1조2500억원 사업비가 투자된다는 ‘데이터센터 건립의혹’에 대해 군의원들이 한번 쯤 질의해 줄 것을 기대했다. 쿠팡이 왜 철수했는지, 함양군의 소홀함은 없었는지. 또 사무실 하나 없는 자본금이 불투명한 사업자가 1조250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추진이 될 거라고 발표한 경위 등이 궁금했다.
집행부는 꿀 먹은 벙어리행세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군민의 대표자라 자처하는 군의원 10명은 모두 눈먼 청맹과니와 농아만 모였는지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KBS에서 한 두 차례가 아닌 여러 번 보도했는데 형식적으로나마 질의하는 군의원 한명 없었다. 군민들은 군의회에 대해 장날 빈 상자 줍는 청소부만도 못하다고 혹평한다.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지역현안을 해결하고 주민과 행정의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다짐은 온데간데없다. 군의원은 군민의 뜻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일해야 한다. 지방자치 권한과 예산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군의회는 군민들을 대신하여 행정업무를 감시·견제하고 예산낭비를 방지하며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군의원은 여기저기서 의원님 소리를 들으며 행사장의 상석에 앉고 앞에 나서 축사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집행부가 무슨 일을 하든 자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오불관언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행정기관에 군림하는 자세도 안 된다. 소중한 예산의 용도에 대한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로 통과되고 과다하게 편성되어도 의미 없게 예산이 집행되는 일이 있어 지적 못하면 안 된다.
군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공복으로 일하겠다는 언약이 파기될 때 완장 찬 왈패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한번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하면 믿지 않게 된다. 모든 의원들이 주민행복과 군정발전을 위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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