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순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 ‘물댄동산’ 거주. |
산청에 귀촌한 지 4년 차다.
나는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호미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으니 그야말로 생짜 초보 농사꾼이 된 거다. 그런 내가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바라는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하루하루를 조화롭게 보내며 유유자적 전원생활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나는 비록 작은 몸집이고 연약해 보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력을 가지고 이때껏 살아왔다.
소소한 일상에서 작게나마 내 능력을 발휘하며 30대에 두 남매를 키웠다. 두 남매를 혼자 키우는 일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사랑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혼자서도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랑과 믿음은 견고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다.
그러다가 60대 중반에는 공기 좋은 산청에서 아름다운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귀여운 콩이랑 함께 살고 있다. 강아지 콩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분명히 많은 기쁨과 사랑을 안겨준다. 이 소중한 동반자와 함께하는 산책이나 놀이는 매일 아침 특별한 순간이다.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인 거 같다.
산청 공기는 맑고 상쾌하며, 주변의 아름다움은 마음을 힐링시켜 준다. 이쁜 집과 텃밭은 내 손길로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고, 콩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을 더하며 따뜻한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처럼 행복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
산청에 오기 전 김해에 살았다. 김해에서 직장 다니면서 토요일이면 창원에 있는 카페에서 모여 수를 놓기도 하였다. 색색의 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시름과 걱정이 사라졌다. 복지관에서 옷 만드는 것을 배워서 직접 내 옷을 만들어 입었고 그림을 배우러 울산까지 다녔다. 양산 통도사에 천연염색을 배우러 오가던 주변 경치가 좋아서 감탄을 했었다. 서운암 절에서 들꽃축제 때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어 팔았던 적도 있다.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많이 해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잘했고 잘 살았던 것 같다.
의지할 곳 없어 교회에 나가며 믿음으로 살아왔다. 코로나19로 인터넷으로 예배드리다가 코로나가 끝나고 진주교회에 가기로 정했다. 주일아침 교회 갈 준비를 하면서 ‘여태 내가 배운 걸 어디다 써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루는 교회 전도사님이 잠깐 보자고 했다. 교회에서 은빛대학 공예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존에 하시던 강사님이 사정이 생겨 못하게 되었다며 나더러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네 하겠습니다”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마음에 스쳐 갔던 생각을 하나님께서 아시고 들어주신 것만 같았다. ‘주님은 정말 내 속마음 생각까지도 알고 계신다. 나쁜 생각은 하면 정말 안 되겠구나’ 했다.
은빛대학은 9월부터 시작한다. 모두 10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을 주변에 나눌 때가 왔다. 잘 할 수 있을까. 조금은 떨리지만 한편으론 설렌다. 이제 은빛대학에서 재능을 나누며 남은 삶을 멋지게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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