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급 초대형사업 궤도 올라
병원·출산·육아 한 곳 모아 시너지
응급의료 시급성진단 철저한 준비
함양·합천에서 이용하기에도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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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모 거창군수가 23일 군청 상황실에서 거창·함양·합천 지역책임의료기관인 거창적십자병원 이전 조성부지 확정을 발표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889억원으로 거창농업기술센터 인근 거창읍 대평리 1364-24번지 일원 9만6638㎡(2만9232평) 80필지이다. <사진: 거창군> |
거창군이 오는 9월초로 예정된 지역책임의료기관 예비타당성 신청 만료를 앞두고 거창적십자병원의 이전 부지 확정을 결정짓게 된 것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거창군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특히 7곳의 후보지 중에서 토지소유자의 매도의향이 높은 곳을 이해와 설득으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권고율 70% 이상 확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로 인해 적십자병원 이전은 상주권·통영권·거창권 3곳에서 동시에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거창군 단독으로 신청이 가능했다.
거창권(거창군·합천군·함양군)은 종합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심뇌혈관인증병원이 단 1곳도 없는 상황에서 평균보다 입원사망비 1.52배, 응급사망비 1.37배, 뇌혈관사망비 1.58배, 재입원비 1.21배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요구가 높은 실정이라 준공 예정일이 중요했다.
더욱이 적십자사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거창권(거창·함양·합천)은 응급의료취약지로 30분내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 접근에 불가능한 인구비율이 99% 이상이었다. 여기에 거창군과 함양군은 인구 전체가 거의(99%) 60분 이내 권역응급의료센터 접근이 불가능해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에 대해 신속한 적기대응(골든타임) 확보에 취약했다.
따라서 거창적십자병원은 지역책임병원으로서 응급, 심뇌 등 필수의료 영역 제공을 의무화하고 지정요건에 감염병 병상 제공을 포함하여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상황에서 부지확보의 조기 확정은 예타 통과의 청신호를 띠게 된 것이다.
예타 신청시에는 부지가 특정되어야 하고,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예타 사업 선정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하는 예타 용역 통과를 위해서도 행정절차 진행 정도와 부지확보 가능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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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통영 거창사례 모델로 진행
보건복지부는 2019년 11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어느 지역에서나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양질의 공공·민간병원이 없는 거창권(거창·합천·함양), 진주권(산청·하동·남해·사천·진주), 통영권(고성·거제·통영), 영월권(영월·정선·평창), 상주권(문경·상주), 동해권(태백·삼척·동해), 의정부권(연천·동두천·양주·의정부), 대전동부권(대덕구·중구·동구), 부산서부권(강서구·사하구·사상구·북구) 등 주요 지역 9곳에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을 신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남도는 정부시책에 맞춰 중진료권으로 창원권, 진주권, 통영권, 김해권, 거창권 5개 권역으로 설정하고, 진료별로 지역책임의료기관 1곳을 지정했다. 진료권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창원권·김해권은 역량 있는 공공병원인 마산의료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을 지정하고, 진주권은 공공병원 건립, 거창권·통영권은 적십자병원을 이전 신축해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병 확산으로 논의 자체가 거의 2년간 중단됐다. 이에 예비타당성 신청을 위한 사전절차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고, 2021년 7월 ‘적십자병원 이전신축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착수했다. 연구용역은 2023년 2월 마무리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상주·통영·거창 적십자병원 이전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상주와 통영은 부지 및 예산확보, 행정절차 이행, 자치단체 의지 등 준비 부족으로 인해 거창만 예타를 단독으로 신청했고, 상주·통영은 거창군 추진사례를 모델로 하여 후속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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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유일의 공공병원인 영주적십자병원 전경. 2018년 7월 개원해 12개 진료과(내과·일반외과·정형외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신경과·가정의학과·비뇨의학과·응급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영상의학과) 150병상 규모이다. 거창은 영주적십자병원의 2배 규모로 건립된다. <사진: 적십자사> |
미래 도시개발위해 부지 확보
적십자병원 연구영역 결과에 따라 거창군은 3월 3일 대한적십자사와 부지교환 협약(MOU)을 체결했으나, 곧바로 비영리단체인 적십자사의 특성상 교환조건을 맞추는 것이 이전 부지 확보의 관건이었다.
한쪽 가격이 4분의 3 미만이거나 초과할 때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교환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거창적십자병원의 평가 예상액을 100억원 정도로 잡았을 때 75억원 이하이거나, 13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부지를 확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연구용역 결과에서 나온 2만3100㎡(7000평)~3만3000㎡(1만평) 이상을 충족해야 하고, 함양·합천군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나들목(IC)과 최대한 가까워야 하는 것을 만족시켜야 했다. 또 부지확정이 사전에 알려질 경우 토지가격의 상승도 우려해야 했다.
거창군은 확정부지에 대한 선정사유로 “타당성 분석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에서 3개 분야 8개 항목에 따라 후보지 평가를 진행했고, 대한적십자사와의 협의를 거쳐 선호도가 높고 교환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위치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특히 거창군은 적십자병원 이전신축 이후에도 공공산후조리원, 행복맘커뮤니티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와 같은 출산 후 돌봄시설과 육아시설이 들어서고, 의료시설을 지원하는 약국과 식당 등이 가능한 준주거용지, 의료인력의 확보를 위한 기숙사 건립, 향후 공공기관 등을 유치할 수 있는 기타시설 용지를 확보하여 타운화를 통한 계획적 도시개발도 염두에 두고 충분한 부지면적을 확보했다. 앞으로 ‘거창형 의료복지타운’으로 조성할 포석을 둔 것이다.
거창군은 적십자병원 이전부지는 현대적인 신도시 조성 추세에 맞게 전선지중화, 전기자동차 충전소 등 스마트형 도시설계를 반영해 충분한 편의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진입 이외에도 거함대로, 대학로, 남부우회도로를 통해 접근이 편리하도록 조성해 갈 예정이다. 특히 주차장이 지하화로 건설될 예정이라 쾌적한 환경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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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적십자병원 이전 위치도 및 구역계. <사진: 거창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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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적십자병원 토지이용계획(안). <사진: 거창군> |
지역완결형 의료환경 구축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2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뢰한 거창적십자병원 이전신축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결과에 따르면 적십자병원 규모는 300병상 18개 진료과로 확충된다. 이전 부지는 거창농업기술센터 옆 거창읍 대평리 1364-24번지 일원 9만6638㎡(2만9232평) 80필지이다.
현재 거창적십자병원 진료과목은 내과·외과·정형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건강관리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등 9개 과목이다. 여기에 응급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비뇨의학과·이비인후과·치과·안과 등 9개 과목이 신설된다.
또한 응급외상환자 1차 처치가 가능한 응급의료센터, 골든타임 확보와 직결된 심뇌혈관센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시 운영이 가능한 격리병상이 갖춰지면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80%가 넘는 원정출산 상황에서 모자의료센터와 공공산후조리원 개설로 ‘원스톱 분만인프라’가 이루어지면 인근 대도시로 유출되는 환자를 지역에서 돌보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지역완결형 의료환경 구축이 가능해진다.
한의학과는 18개 과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노인인구의 건강증진을 위해 한의사(공중보건의) 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상주인구의 증가와 지역산업 연관 효과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십자병원의 전체 인력은 18개 진료과목 300병상 기준으로 의사직 34명, 간호직 208~214명, 약무직 8명. 보건직 68명, 행정·기술직 71명으로 전체 389~395명으로 행복맘커뮤니티센터 직원 등을 합하면 약 420명의 인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창적십자병원 총사업비는 부지조성을 포함해 288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항목별 비용은 △의료복지타운 부지조성 365억원 △지역책임의료기관 이전신축 2304억원 △공공산후조리원 신축 80억원 △행복맘커뮤니티센터 신축 40억원 △육아종합지원센터 100억원 등이다.
조성되는 부지는 필요시설인 병원·산후조리원·행복맘커뮤니티·기숙사·육아종합지원센터와 기반시설인 도로·녹지·주차장·저류지 등을 제외하고, 확충되는 편의시설 부지의 일반분양을 통해 조성비용을 조달할 예정이다. 일반분양 외에도 필요할 경우 중앙부처 공모사업,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을 위한 지원용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거창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적십자사는 2029년을 병원 개원 연도로 잡고 있으나 군민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다소 느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2024년 절차완료, 2025년 부지조성 완료, 2026년 1분기 내에 건축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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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창권은 상급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전무한 가운데 의료기관은 거창은 일반병원 2개와 요양병원 3개, 의원 31개로 파악됐다. 함양은 병원 1개와 의원 22개로 나타났다. 합천은 병원 3개와 요양병원 2개, 의원이 17개였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