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출업무 담당자 경찰 고발
일반적 자금집행과 확연히 달라
사업비 부풀리고 허위용역 집행
금감원에 공모의혹 제기 민원
결과 따라 손해배상액 규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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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이 250억원 이상 전액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알려진 ‘합천호텔 먹튀 사건’이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의 ‘짬짜미’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실제 대출 책임자와 시행사 전 이사가 과거 타 금융기관에 장기간 근무한 기간이 겹쳐지는 것이 확인되어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 현장으로 공정률 6%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사진: 합천군> |
합천영상테마파크에 호텔을 건립하기로 하면서 시행사 대표가 250억원을 들고 잠적한 ‘먹튀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금융기관과 시행사의 직접적인 공모나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사업비 불법 사용목적을 알면서도 방조한 것으로 의심이 일면서다.
17일 합천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10일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금융기관 측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 담당자들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일반적인 PF대출 자금인출 과정은 차주인 시행사의 독단적인 판단 및 지출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기관, 대주, 신탁사, 시공사 등의 자금집행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대리금융기관과 시행사가 PF대출 자금집행 동의 과정에 군과 시공사를 철저히 배제하며 ‘짬짜미’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천군은 “시행사가 대리금융기관에 제출한 지출증빙서류에 시행사가 사업비를 부풀려 그 차액을 부당하게 사용할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계약금액과 실계약금액의 차액을 시행사의 지정계좌로 입금한다’는 확약서도 첨부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2월 7일 대출약정 후 이틀 후에 PF대출의 최초 자금집행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대리금융기관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만 했어도 시행사의 전체 사업비 횡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호텔 준공시점에 투입되어야 하는 수열에너지공급 용역으로 3건, 28억원이 집행되는 등 동일한 용역이 다수 중복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집기류공급 용역 35억원 등 성과품이 없는 허위 용역으로도 집행됐다.
게다가 이자 등 필수적인 집행을 제외한 수열에너지, 집기류, 조경시설 등으로 시행사 관계자 등을 통해 180억원과 인건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20억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합천군은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시행사와 감리업체간의 이면계약서 존재, 동일용역 중복계약 등 이해할 수 없는 자금집행이 대부분으로 시행사와 자금집행 동의권자인 대리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공모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A금융사에 근무하는 B씨에 따르면 “대출원리금 회수와 안정적인 상환을 핵심가치로 삼는 PF대출에서 기본적인 지출증빙서류와 용역의 적정성, 용역 기성고의 내역 등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이며, 의심의 여지가 충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리금융기관의 PF대출 책임자와 시행사의 전 이사 H씨가 과거 타 금융기관에 장기간 근무기간이 겹치는 것이 확인되어 그 의혹이 짙어졌다.
합천군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잠적한 시행사 측 K대표보다 대리금융기관과의 PF관련 업무를 전담한 시행사 전 이사 H씨를 금융기관과 시행사 유착의 핵심인물로 보고 있다. 경남경찰청도 지난달 27일 대리금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앞서 대리금융기관은 7월 3일 실시협약 및 대출약정에 따른 ‘손해배상’이라는 독소조항을 근거로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 PF대출 대출원리금 상당을 손해배상 하라는 내용을 합천군에 통보했다.
이에 군은 수차례에 걸쳐 부당 집행된 내역에 대해 공모 및 방조, 민법상 선관주의의무 위반, 대출약정서 위반 등을 이유로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하며 대리금융기관에 불응을 통보했다.
합천군 관계자는 “억대연봉과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소위 엘리트 금융맨들이 과연 시행사의 부당 지출내역을 인지하지 못 했을까”라고 되물으며, “최소한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시행사의 불법적인 목적을 알면서 묵인하며 이를 방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시행사는 20~30년 전부터 호텔을 짓고자 하는 합천군의 열망을 이용하려 접근했으며 250억원의 먹튀 사태가 일어난 것은 대리금융기관의 역할이 결정적이였다”고 성토했다.
합천군은 “이번 사태의 피해가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오는 만큼,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드린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할 것이며, 군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체류형 관광산업을 육성하고자, 민간사업자인 시행사와 합천군이 2021년 9월 실시협약을 맺고 590억원(PF 550억원)의 사업비로 영상테마파크 내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의 4성급 규모 호텔을 짓기로 한 사업이다.
공정율 6% 정도의 기초 토목공사 공사 중 추가 PF가 불가하다는 군의 통보 후 시행사 대표가 잠적했으며, 시행사에서 사업비 약 25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천군은 경남경찰청 고발에 이어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번 형사조치 결과에 따라 군의 손해배상액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