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설계비 부풀리기 과다
400억서 590억으로 금액 상승
군의회, 채무보증 사실도 몰라
이원화된 구조 먹튀 가능해져
합천군, 추가 손실 방지 위해
호텔 대출금 중 262억원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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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유성경 관광진흥과장이 13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건립 사업 시행사 대표가 250억원을 들고 잠적하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신탁회사 등에 아직 남아있는 모든 대출금 262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사진: 합천군> |
합천군이 4성급 호텔을 조성하면서 시행사 대표가 250억원의 ‘먹튀’ 사태가 발생한데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와 시행사 대표 간의 유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보증채무 이행 위기가 발생한 것은 전임 군수 시절에 군의회를 속이고 법규정까지 어기면서 시행사의 사업비대출을 지원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합천군은 지난 2021년 9월 7일 사업시행사인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가 지상 5층 200실 규모, 사업비 400억원을 투자하는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호텔) 건립 이행협약(MOA)’을 맺었다. 이후 모브호텔앤리조트로 회사명이 바뀌고 사업비도 400억원에서 590억원으로 금액이 급상승했다.
시행사가 자부담 40억과 부동산 PF대출 550억원 등 총 590억원을 들여 호텔을 건립한 뒤 토지를 무상으로 빌려준 합천군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다. 시행사는 그 댓가로 호텔을 20년간 무상 사용하면서 PF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을 채택했다.
합천군은 같은해 10월 18일 합천군의회에 실시협약 동의 절차를 거쳤다. 시행사는 이 협약을 토대로 12월초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PF금융 대주단과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합천군으로부터는 PF자금조달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비대출 절차를 완료한 뒤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그러나 호텔공사가 터파기 단계에 불과한 지난 4월 19일 시행사 대표 K씨(57)가 이 사업 PF대출금 550억원 가운데 공사비 외 부대사업비 250억원의 상당액을 인출해 잠적함으로써 전체 대출금채무에 보증을 섰던 합천군에 보증채무 이행 위기가 닥친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PF사업비를 하나의 신탁사에 맡겨 관리하도록 하는 금융관행과 다르게 호텔건립 공사비와 부대사업비를 따로 관리하도록 계약을 함으로써 ‘먹튀’가 가능해지는 과오를 범했다.
공사비 300억원은 신탁회사에 맡기는 대신 부대사업비 250억원은 A증권 신탁팀에서 자체 관리하는 대출금관리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자금성격상 대부분 호텔건물 완공 단계에서 지출돼야 하는데 사업추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대사업비가 지출됐다.
실제 호텔건립 본 공사는 공정율 6% 단계에 불과한데도 호텔건물 완공단계에서 지출돼야 할 인테리어 공사와 집기류 구입, 조경공사 등의 부대사업비 250억원은 잔액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천군과 모브호텔앤리조트 간의 불리하고 불공정한 실시협약 등 관계 공무원까지 사업 전반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밝혀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합천군의 채무보증 행위가 결국 거액의 먹튀 사태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합천군은 이선기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그간 업무 추진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이나 부적절한 행위는 없는지 상급 기관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합천군 채무보증 ‘누가 알았나’
부동산PF 개발사업은 개발을 주도하는 시행사,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 시행사로부터 부동산 신탁을 부여받은 신탁회사가 사업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투자사, 자산운용사,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된 사업 구조를 띤다. 이로 인해 사업과정에서 변수와 위험요소가 산적해 사업이 중도에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사업의 특성상 이해당사자가 복잡하고 얽혀있고 사업 주체의 실행력과 자금조달능력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합천군은 4월 19일 K씨가 부대사업비 250억원을 전액 인출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K씨가 3월 중순경 150억원을 PF대출 채무보증을 요청했는데,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긴 군 관계자가 신탁회사를 통해 확인하던 중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합천군이 그 전에 대출금이 빠져 나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씨는 2021년 12월 9일 13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최초로 인출했다. 부대사업비 250억원 중 130억원이 한꺼번에 인출됐다는 점에서 B증권이나 신탁회사에서 군청 관계자에 알렸을 가능성 높다는 게 중론이다.
군의회는 "채무보증 몰랐다"
합천군의원들은 “당시 군의회에 제출된 실시협약 동의안에는 이 사업 대출금에 대해 합천군이 채무보증을 서는 것으로 이해되는 내용이나 문구가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합천군 관계자는 “실시협약과 그 후 (시행사와 금융대주단이) 체결한 대출약정서를 묶어보면 (기한 내에 시행사와 호텔위탁운영사 간의 운영계약서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기한의 이익 상실’ ‘대체사업자 선정’ ‘합천군의 손해배상’ 등이 약정돼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실시협약서에는 합천군의 채무보증 내용이 직접 규정돼 있지 않지만, 실시협약을 토대로 체결된 대출약정과 함께 해석하면 합천군이 채무보증자라는 뜻이다. 이번처럼 시행사의 거액 먹튀사태가 발생하거나 5월 31일까지 롯데호텔의 운영계약서가 제출되지 않는 등 금융대주단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합천군이 손해배상하도록 약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시협약 동의안 심의 당시, 군의회 회의록에도 이 사업 대출금 채무보증 사실에 대해 합천군 집행부가 보고했거나 군의원들이 질의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 이후에도 합천군이 군의회에 채무보증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겨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합천군이 이 사업의 채무보증에 관해 군의회를 기망한 채 실시협약 동의 절차를 거쳤고, 시행사는 이 실시협약의 토대위에서 합천군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대출약정을 금융대주단과 체결함으로써 이번 먹튀사태를 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합천군 고문 변호사가 “실시협약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자문했음에도 합천군이 문제 조항을 변경하지 않은 채 시행사 대출약정의 토대인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원성을 사고 있다. 합천군이 추후 일어날 민·형사상의 분쟁이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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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시민단체 함께하는 합천은 8일 군청 현관 입구에서 기자회결을 열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 250억원의 먹튀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경남일보> |
시민단체, 진상규명 수사촉구
합천군 시민단체 함께하는 합천은 8일 군청 현관 입구에서 열린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사업 혈세 250억 먹튀사건 진상규명과 수사촉구 기자회견’에서 “만약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미진한다면 우리가 직접 법률적 조력을 받아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에서 300억원이란 엄청난 금액을 고스란히 날려버리게 생겼는데도 서로 네 탓만 할 뿐, 책임지려 하는 태도를 가진 기관과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한심하고 암울하다”며 “모두 응분의 댓가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함께하는 합천은 “작년 10월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채권시장경색을 불러 일으켜 온 나라가 들썩였다”며 “합천과 유사한 사례인데 김윤철 군수는 강원도를 교훈삼아 호텔건립사업을 점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행사는 인터넷 쇼핑몰에 의류 등 잡화를 유통하는 업종에 매출 30~40억, 당기순이익 2~3억에 불과한 자그마한 기업임을 확인 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 최첨단 에너지기술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기업 소개는 한 눈에 봐도 사기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합천군과 합천군의회의 감시와 견제 기능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함께하는 합천은 “감시와 견제를 통해 이 사건을 예방했어야 할 군의회는 자신의 직분을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임시회를 소집해 진상규명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윤철 군수 또한 이 사건 발생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규명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것만이 최소한의 예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문준희 전 군수는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군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과 의무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합천군, 대출금 262억 상환
합천군은 13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합천영상테마파크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신탁회사 등에 아직 남아있는 모든 대출금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총공사비 590억원(시행사 부담 40억원)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대출받은 550억원 중 공사비계좌에서 230억여원, SPC관리계좌에서 29억8000여만원, 부채상환적립계좌에서 28억6000여만원 등 262억480여만원을 대주단에 상환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공사 정산예상금액이 25억4600여만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합천군이 사업포기를 선언할 경우 대리금융기관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금액은 262억4900여만원+연체이자”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62억원은 신탁회사에서 관리 중인 금액으로 공사비 300억원 중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비 등을 제외한 돈이다.
합천군은 “시행사인 모브호텔앤리조트에 대해서는 업무상배임·횡령에 이어 전자금융거래법(접근매체의 선정과 사용·관리)위반과 자본시장법(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위반혐의로 추가 고발했다”고 밝혔다.
유성경 합천군 관광진흥과장은 “시행사가 군과의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리고 자금을 부당하게 인출하고 잠적한 것과 대리금융기관이 공정률에 상관없이 비상식적으로 지출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감사결과에 따라 잘못이 드러난 합천군 전현직 공무원들은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이며 현 단계에서 군은 손해를 최소화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경남일보’와 ‘합천일보’ 보도를 참조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