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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참새

기사승인 [115호] 2023.05.22  1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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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열 함양군 지곡면 개평한옥마을 거주.

남편 고향인 함양을 내려온 지 어느덧 2년이 넘어가고 있다. 도시의 울창한 아파트 숲에서 살다가 귀촌하여 진짜 숲이 만들어내는 맑은 공기와 시골의 아름다운 전경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대문 옆 라일락 꽃향기가 집 전체를 감싸더니 잎이 무성해지면서 참새떼들이 재재거리며 아침을 열어준다. 우리집 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참새들이 둥지를 만들어 새끼를 키우고 있어 그들의 노랫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일기예보에 비가 많이 온다더니 온종일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그런데 처마 밑에 새끼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져 비를 맞고 있었다. 깃털이 송송 나 있고 날개도 제법 자라나 있었다. 둥지에 넣어주려면 꽤 높은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 해는 저물어가고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지만 비를 흠뻑 맞아서 홀쭉해진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둠이 내리면서 낮에 그렇게도 재재거리던 소리도 사라지고 사방이 조용하고 적막했다.

밤에 들고양이들이 가만 놔둘까? 그러기 전에 먹지 못해 죽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자연의 섭리에 맡겨야 하나 순간 고심하다가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탈수로 인해 기력이 없을까 싶어 급한 대로 강아지 사료 2알과 영양제를 곱게 갈아 죽을 만들어 스포이드로 먹여봤더니 신통하게도 꿀꺽꿀꺽 제법 잘 받아넘겼다.

보온이 중요할 것 같아서 뜨거운 물을 담은 페트병에 양말을 씌워서 수건으로 돌돌 말아 참새를 넣은 바구니에 두었다. 역시 추웠던 것인지 수건 사이로 잔뜩 몸을 밀착시키고 앉아 있었다. 밤에도 혹시나 죽지 않을까 하고 살펴보니 몸에 온기가 있고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 회생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

다음날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보니 고맙게도 잘 살아 있었다. 떨어졌던 장소에 참새 바구니를 가져다 놓고 어미가 오기를 기다려 보았다. 머지않아 어미로 보이는 녀석이 소리를 냈다. 어머! 새끼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얼마나 소리가 영롱하고 맑은지 순간 일어나 어미에게 달려갈 기세다.

참새한테 이런 설레는 감동을 느끼다니 너무나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거센 비바람을 헤치고 제 둥지에서 멀어진 새끼에게 종일 벌레를 물어다 주는 지극 정성한 모성애가 위대하다.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향한 희생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 마음을 아는 것인지 새끼도 점점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어제의 모습과 달리 날갯짓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녁 때 일을 마치고 참새가 있던 바구니를 보았더니 그만 새끼가 없어져 버렸다. 어미는 계속 주변에서 짹짹 짹짹 안절부절이었고, 새끼를 찾아 마당을 샅샅이 둘러보았지만 보이질 않았다. 어미가 울고 있는 방향으로 가 보았더니 대문 밖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전에 그렇게 총명했던 날갯짓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날벼락을 맞아 길바닥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왜 하필 마당도 넓은데 대문 밖으로 나갔을까 너무나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정말 허망하여 수습하고 꽃밭에 묻어주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문득 “달라이라마가 비가 오면 길가에 나와 있는 지렁이들을 손바닥에 들어 기도문을 외며 풀섶으로 옮겨 준다”고 하던 어느 책의 문구가 떠올랐다. 이처럼 아기참새도 살리고 싶었다. 꼭 살아서 드넓은 창공을 날아갔어야 할 참새였다. 가엾은 아기참새. 가엾은 참새.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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