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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사건’ 국가배상 열려… 대법원 “소멸시효 없다”

기사승인 [105호] 2022.12.26  11: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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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학살 소멸시효 적용 못해
‘원고 패소’ 원심 파기환송 시켜
유족 측 “정의에 부합되는 판결”

거창사건추모공원내에 역사교육관.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해서는 장기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산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벌인 ‘거창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해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국가배상 소송의 길이 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14일 거창사건 유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 상고심에서 유족 측의 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거창사건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9일부터 2월 11일까지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국군 11사단 소속 군인들이 마을 주민 719명을 사살한 사건이다. 약 40여년이 지난 1996년 1월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거창사건법)이 제정됐고, 이후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이 이뤄졌다.

이때 피해자 유족으로 인정된 2명이 2017년 2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과거사정리위가 활동을 종료한 날부터 이미 3년이 지나 시효로 소멸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2014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활동종료일인 2010년 6월부터 3년 내에 소송이 제기돼야 하는데, 유족이 그 기간을 넘겨 소송을 냈기 때문에 국가배상청구를 배척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8월 과거사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일반적 국가배상 사건과는 근본적인 다른 유형인 민간인 집단 사망사건 등에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대법원도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제시해 이번 사건을 파기했다. 거창사건법에 의해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이 이뤄진 피해자는 진실규명 결정이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과거사정리법 2조에 규정된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기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라며 “원심은 위헌결정에 따라 그 효력이 없게 된 장기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런 결정으로 해당 사건의 국가배상책임 유무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심리 및 판단될 예정이다.

이성열 거창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은 “대법원이 정의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당연한 것으로서 거창사건 희생자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돼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아픈 역사에 대해 국가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거창사건 배상법안’은 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또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거창사건 및 산청·함양사건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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