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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재난에 첩보까지… 여름 대작 한국영화 3편

기사승인 [96호] 2022.08.05  2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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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에서 즐기는 여름 피서

한산, 관객들에게 승리쾌감 선사
비상선언, 모두에게 놀라운 공감
헌트, 심리전과 밀도 있는 스토리

한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휴가를 즐기기에는 영화관이 제격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역사와 재난에 첩보까지 여름 대작 한국영화를 만나보면 피서지기 따로 없다.

국내 대작 영화들이 극장 최대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에 맞춰 잇달아 개봉한다. 1주일 간격으로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이 스크린에 내걸린다. 또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헌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액션 대작 <한산: 용의 출현>은 1592년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왜군에 맞서 싸운 한산도대첩을 그린다. 재난 영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첩보 영화 <헌트>는 통쾌한 액션과 이정재, 정우성의 케미, 촘촘한 서사 등으로 호평 받고 있다.

역사영화 <한산: 용의 출현>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역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 거북선의 도면마저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하게 된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달 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를 그리고 있다.

한산도대첩은 임진왜란 때인 1592년 음력 7월 8일 한산섬 앞바다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 전라우수사 이억기 및 경상우수사 원균이 거느린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의 주력대를 무찌른 해전이다. 진주성대첩, 행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부른다.

이 대첩은 일본 수군의 주력을 거의 격파해 그들의 수륙병진계획을 좌절시켰고 육지에서 잇단 패전으로 사기가 떨어진 조선군에게 승리의 용기를 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압도적 승리의 전투였다. 한산해전은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백성들의 열망에 불을 지폈고, 전국 곳곳에 의병들이 봉기하며 방어에 나서게 했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사변이었다. 조선이 굉장한 수세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전황을 반전시키는 전투가 바로 한산해전”이라며 한산해전이 그 어떤 전투보다 벅찬 승리의 전투임을 전했다. 이처럼 <한산: 용의 출현>은 430년 전 전투의 현장으로 돌아가 관객들에게 승리의 쾌감을 선사한다.

대한민국이 자부하는 영웅이자 세계사적으로도 인정받는 장수 이순신. 왜군들에 의해 한반도가 쑥대밭이 되어가는 가운데 유일하게 승전보를 울린 장수였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국난 속에 출현한 영웅 ‘이순신’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거북선의 등장과 바다의 성벽 학익진으로 일본 수군을 격파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 속에 500년 전 국가의 앞날이 풍전등화에 놓인 가운데 이뤄낸 대승의 역사를 반추하는 시간은 의미 있다.

재난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 <사진: (주)쇼박스>

‘비상선언’은 재난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 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다.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제보를 받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가 실제로 KI501 항공편에 타고 있음을 파악한다. 한편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헌)은 주변을 맴돌며 위협적인 말을 하는 낯선 이가 신경 쓰인다.

인천에서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과 두려움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이 소식을 들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대테러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를 착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영화 <비상선언>은 재난에 마주한 사람들, 재난에 맞서 싸운 사람들, 그리고 지쳐 있던 우리 모두에게 자그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자행한 테러에 희생되는 것은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편으로 코로나19 시대의 모습이다.

따라서 영화 <비상선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선 사람들 각각의 감정과 드라마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재난의 씨앗이 되고, 누군가는 재난 앞에 나약해지지만, 그 누군가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다.

영화 <비상선언>은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원인불명의 증상으로 고통을 받다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한 탑승객을 시작으로 비행기 내부의 모든 탑승객들은 일대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미 이륙한 비행기라는,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혼돈의 상황은 불가피한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면면을 조망한다.

비행공포증을 앓고 있는 재혁(이병헌)은 어린 딸을 지켜야만 한다. 그리고 절망과 혼란의 재난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감정 역시 그의 내면을 가로지른다. 비행기 내 상황은 육지에 있는 이들에게도 믿지 못할 뉴스가 된다. 밀린 수사 업무로 인해 아내와 계획한 하와이 여행에 함께 하지 못하게 된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송강호)는 상공의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형사로서 비행기 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의무감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이처럼 영화는 재난을 맞닥뜨린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을 지켜 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선포된 재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들에게 놀라운 공감을 안기는 작품이다.

첩보영화 <헌트>

영화 '헌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남파 간첩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선 대립과 경쟁 속,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먼저 찾아내지 못하면 자신이 스파이로 지목이 될 위기의 상황. 서로를 향해 맹렬한 추적을 펼치던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된다.

헌트는 첩보물이다. 1980년대 한국 정보기관을 배경으로 북한이 정보기관에 심어 놓은 간첩을 색출하는 과정을 숨 막히는 심리전과 밀도 있는 스토리로 완성해냈다. 스파이 ‘동림’을 색출하기 위한 안기부 내부의 수사과정과 사냥감이 아닌 사냥꾼이 되기 위해 ‘박평호’가 이끄는 해외팀과 ‘김정도’가 이끄는 국내팀이 펼치는 고도의 심리전은 관객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두 사람은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몰아가며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돌진, 그야말로 숨 쉴 틈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 완벽한 심리전을 선사한다. 특히 각자의 신념이 흔들리면서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마주한 두 사람이 펼치는 예측 불가한 전개는 극의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장르적 매력을 더한다.

무엇보다 두 인물을 연기한 이정재, 정우성의 심리 묘사가 압권인데, 신념이 전복되며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의 면면을 정교하게 연기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정재, 정우성의 호연으로 완성도를 높인 두 인물의 팽팽한 심리전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며 관객들에게 극강의 몰입감을 안긴다.

<헌트>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이다. 이정재 감독은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두 주인공이 대립하는 첩보 액션 드라마 장르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980년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사건을 <헌트>만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의상과 소품이 재현된 가운데, 남북 간의 첩보전과 화려한 액션은 눈을 사로잡는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이정재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영화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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