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지방선거 결과분석
대중적인 인기가 높더라도
민심 거스릴 경우에는 심판
공천과정에서 파열음 높았던
무소속 진병영 함양군수 당선
총선 경쟁에는 다소 먹구름
민주당 정치력 부재 드러내
국민의힘 함양군수 공천에서 배제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진병영 후보가 당선된 후 군민들께 인사하고 있다. <사진: 진병영 선거사무소> |
김태호 의원은 상처를 입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력함이 드러났으며, 진병영 함양군수 당선자의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군 6·1 지방선거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더라도 민심을 거스를 경우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집중도가 높았던 것은 함양군수 선거였다. 공천과정에서 파열음이 크게 나왔고, 공천 배제당한 진병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서면서 국민의힘 서춘수 후보와 진검 승부가 펼쳐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김태호 의원과 진병영 후보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쪽 모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진병영 후보를 향한 김태호 의원의 ‘뒷담화’와 ‘족보에서 파버리고 싶은 자식’ 비판은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진병영 후보의 압승이었다. 두 후보의 표차는 18%(4585표)의 격차가 나올 만큼 일방적인 승부였다. 지난 선거 당시 무소속 서춘수 군수가 429표 차로 신승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승리였다.
11년 만에 여당 당 대표까지 와서 선거유세를 펼쳤으나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진병영 후보의 승리는 함양에서 김태호 의원이 영향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이다.
거창과 산청, 합천에서는 여유 있게 승리했다고는 해도 거창의 경우 측근이 경선에서 탈락했고, 함양마저 각을 세웠던 후보가 당선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는 불가피해졌다. 2년 뒤 총선 경쟁에 다소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거창 군의원선거에 출마한 측근 의원의 낙선도 아픈 손가락이 됐다.
선전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4개군에서 지난 선거보다는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역 더불어민주당의 정치력 부재가 선명하게 드러난 결과였다. 거창군은 현역 의원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1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함양은 3석에서 1석으로 줄었고, 산청도 1석을 차지했다. 합천에서 2석을 얻은 것이 불리한 조건에서 얻은 선전이었다.
하지만 거창의 경우 모두 신인으로 구성됐고, 함양은 집중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가선거구에서 패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기대만큼 못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선명하면서도 눈에 띄는 의정 활동을 펼쳐온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표로 평가된다.
공천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도의원 공천을 거부한 후보자의 탈당 후 군의원 출마가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거창 가선거구에서 아쉽게 탈락한 최정환 후보의 경우 4위와 2.15% 차이였는데, 도의원 공천을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병길 후보가 5.18%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공천 전략이 아쉬운 부분이다.
함양 가선거구의 경우도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후 무소속 출마한 문영수 후보가 4.09%를 획득하며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해 준 셈이 됐다.
거창군 나선거구 권순모 후보는 뛰어난 의정활동에도 불구하고 지역 태생이 아니라는 약점이 결과적으로 당선에 이르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함양 다선거구 홍정덕 후보는 경쟁력이 약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선거비용 보존 기준인 15% 이상을 득표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민주당의 무기력은 정치적 역량의 부재에 있다. 지난해 함양 보궐선거에서 15% 미만의 저조한 득표율에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고,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군수는커녕 도의원 후보도 내지 못한 현실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무기력이 팽배했고, 선당후사 정신도 없는데다 비중 있고 책임 있는 인사들이 나서기를 꺼리면서 최소한의 성적만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중앙만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쇄신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역위원장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저런 논란을 일으켰던 현역 군의원들이 무소속으로 나서 생환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거창의 경우 도의원 경선에서 탈락한 표주숙 후보가 군의원으로 도전해 4등으로 당선됐고, 함양의 김윤택 후보 역시도 무소속으로 나서 재선에 성공했다.
무소속 당선자 중에는 돋보이는 의정 활동에도 공천을 받지 못했던 함양 임채숙 후보가 포함돼 있는데, 일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군민들의 인정으로 풀이된다.
함양군수 선거에서 낙선한 서춘수 군수는 지난 선거 당시 제시했던 4년만 하겠다는 공약을 군민들이 강제로 이행시킨 모양새가 됐다. 서춘수 군수의 정치 여정도 이번 선거를 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오가며 입당, 탈당을 반복한 무소속 김기범 후보도 마찬가지다. 군수 도전에 나섰다가 도의원으로 눈높이를 낮췄으나 낙선의 쓴잔을 마시면서 정치생명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게 됐다. 두 정당 모두 반복된 철새 행보를 곱게 보지 않고 있는데다, 군민들의 신뢰는커녕 불신만을 키웠음이 결과로 나타났다.
특정 정당의 지지가 절대적인 지역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의 선택은 절묘했던 셈이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