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 하정마을에 살았던 나무꾼
아미 선녀의 날개옷 훔친 설화
하늘로 올라간 선녀 그리워하다
두 아들과 함께 울부짖다가
화석이 된 곳이 ‘부자바위’로 칭해
선녀들 목욕한 곳이 ‘구시쏘’
칠선계곡 유래도 다시 살펴봐야
어린 시절,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설화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이다. 한국 전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만큼 그 유래도 꽤나 오래되었다. 울창한 숲과 계곡을 가진 지리산 함양 마천면 하정마을에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역민들은 나무꾼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고 있는 선녀의 천의(天衣)를 훔친다는 설화 ‘나무꾼과 선녀’의 애절한 이야기가 바로 이 골짜기에서 유래되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편집자주> |
하늘로 올라가 선녀를 그리워하다 부자(父子)가 화석이 되었다고 일컬어지는 ‘부자암(父子岩) 바위’. <사진: 조봉근> |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三丁里) 하정(下丁) 마을에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 마을에는 선유정(仙遊亭)이 있는데,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에서 선유정(仙遊亭)이라고 이름 하였다고 한다.
선유정(仙遊亭) 입구의 바위에 석문암(石門巖) 선녀승천유지(仙女昇天遺址)를 암각한 명문이 있다. 또한 선녀가 목욕하였다는 구시쏘(조소·槽沼)가 있다. 마천면 삼정리에 살았던 송암(松菴) 정창학(鄭昌學) 선생은 선유정기(仙遊亭記, 1976)에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옛날 선녀 몇 사람이 내려와서 목욕하는 움푹 패인 못(槽沼, 인걸(人傑)이라고 하였는데, 선녀들이 목욕하는 것을 엿보다가 몰래 그중의 아미(阿美) 부자바위(父子岩)가 이것이다.”
아미 선녀가 하늘로 올라간 곳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바위에 새긴 ‘선유승천유지(仙女昇天遺址) 글씨. 선유정 앞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이영규> |
仙遊亭 선유정
仙女何年降碧宵 선녀하년강벽소
霞衣消息久寥寥 하의소식구요요
夫妻緣遠乘雲日 부처연원승운일
父子恩深化石朝 부자은심화석조
月明門岩迷駕鶴 월명문암미가학
灘鳴槽沼宛笙簫 탄명조소완생소
爲遮奔競虹橋鎖 위차분경홍교쇄
滿壑天風劫臼遙 만학천풍겁구요
선녀들이 어느 해에
선녀의 날개옷 소식은 오래되어서 적막하도다.
부부의 연이 멀어진 것은 구름을 타고 올라간 날이요.
부자의 정이 깊어진 것은 화석으로 변한 아침이로다.
달 밝은 석문암에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옴이 아득하고
구시쏘 여울물 소리 젓대와 피리소리처럼 들려오도다.
분주히 날뛰고 경쟁함을 무지개다리(虹橋)에서 막으니
구렁에 가득한 천풍이 속세의 잡념을 멀리하여 주도다.
얼마 전 함양읍에 계신 한학자(漢學者) 치암(耻菴) 이용근(李榕根) 옹에게 ‘비린내골은 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비리내(飛離奶)에서 유래했다’라는 말씀을 들었다. 칠선계곡도 북두조림(北斗照臨) 칠성동(七星洞)으로 설명하셨다.
다음에 다시 뵈었을 때는 글자만 겨우 아는 내게 “치암자긍운(恥菴自矜韵) 창암산장군대좌결(槍岩山將軍大坐訣) 공달비산비천오공결(蚣達飛山飛天蜈蚣訣) 금대산천마시풍결(金坮山喘馬嘶風訣)”을 7언율시로 써주셨다.
일단 비리내는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떠난 선녀’라는 의미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1994년 발행된 마천면지에는 ‘비연래(飛燕來)골’로 설명하고 있다. 칠선계곡(칠성동)과 비린내골의 정확한 유래에 대하여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995번지에 위치한 선유정(仙遊亭). <사진: 이영규> |
선녀와 나무꾼은 고대설화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 전래동화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널리 퍼져있는 설화이다. 북한에서는 선녀와 나무꾼이 새로운 정치체제의 영향을 받아 지상세계를 동경, 지상 세계에 정착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각색되었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선녀와 나무꾼 공원이 있다. 필자는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하정마을의 선유정(仙遊亭)과 구시쏘, 석문암(石門巖), 선녀승천유지(仙女昇天遺址), 비리내(飛離奶)골과 부자암(父子岩)은 물론 벽소령(碧宵嶺) 또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이해한다. 행정구역상 벽소령(碧宵嶺)과 부자암(父子岩)은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산 161번지.
/작성자: 이영규
/조사자: 마천면지 편찬위원회 문호성, 백승철, 민병태, 이영규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