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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지리산도서관 행복글쓰기 ‘그곳에 내가 있었다’

기사승인 [0호] 2021.10.13  2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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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프로그램 글모음
15회에 걸쳐 8명 수업에 참석
전체 1권·개인작품집 2권 출간

한글 갓 뗀 85세 어르신부터
공모전 수상한 숨은 실력자까지
글을 쓰면서 삶의 기록 남겨

산청지리산도서관의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작품집 1권과 개인작품집 2권이 출간됐다. 참석자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과 가족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산청지리산도서관>

경상남도교육청 산청지리산도서관(관장 서민희)에서 <지리산 행복 글쓰기> 수업을 운영하고 전체작품집 ‘그곳에 내가 있었다’와 개인작품집 ‘나는 여장부였다’, ‘달팽이의 마음으로’ 이렇게 세 권을 출간했다. 지리산 행복 글쓰기는 2021년 인문독서 책 쓰기 수업으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매주 토요일 15회에 걸쳐 운영한 어르신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이다.

글쓰기수업에는 모두 여덟 명이 참여했다. 이들 중에 특별히 용기를 내어 참석하게 되었다는 85세의 어르신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제 갓 한글을 떼신 정정자 어르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정자 어르신은 주말마다 따님인 김윤숙 님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나오셔서 수업을 들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성장한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하셨다. 마침내 그 꿈을 이루셨다. 비록 아드님(김경수 님)의 손을 빌어 글을 썼지만 ‘나는 여장부였다’를 출간할 수 있었다. 책을 받아든 정정자 어르신께 소감을 여쭈었더니,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아있다고 하셨다. 어르신의 남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또 한 분 강정애 님도 ‘달팽이의 마음으로’라는 개인 작품집을 출간했다. 진주에서 태어나 현재 산청군 단성면 송강마을에서 살고 있는 강정애 님은 전원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소소한 일상과 아련한 옛 추억담을 한 편 한 편 적어서 마침내 책으로 묶었다. 막상 책을 내려니까 너무 부끄럽다며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책 표지그림은 딸이 그렸다. 엄마와 딸의 마음이 모여 아름다운 작품집이 만들어진 것이다. 연분홍 바탕의 책표지가 보기만 해도 따뜻하다.

글쓰기수업에 참여한 여덟 명이 각자 3~4편의 작품을 써서 전체작품집 ‘그곳에 내가 있었다’를 묶었다. 이 작품집은 모두 24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 중에 정동근 님의 단편소설도 한 편 들어있다. 단편소설 ‘우리 따뜻했던 시절에게’는 작가의 자전적소설로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치열하게 살아온 청춘의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작품들 수준이 만만치가 않다. 손승극 님의 ‘로드킬’과 ‘잡초, 그리고 삶’은 기성작가를 능가하는 필력이다. 그의 글에서 삶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손승극 님은 글쓰기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던 전적이 있는 숨은 실력가였다.

강향란 님은 글을 쓰면서 자신과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솔직한 소감을 말했다. 글의 소재가 어릴 적 따뜻했던 외할머니, 봄밤에 자전거를 타며 느낀 것들, 자신의 꿈을 두고 고민하는 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녹아있다.

신복희 님은 어린 시절 추억담을 마치 어제 일인 듯 술술 풀어냈다. 민둥산에서 소먹이는 이야기와 뽕나무로 누에를 치던 일도 생생하게 그렸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도 같은데 글쓰기수업이 그만 종료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조만선 님이 나고 자란 산청군 사리마을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고향의 자랑인 산천재와 천왕봉과 덕천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놓아 글을 읽는 내내 마치 내 고향인 듯 정겹다. 부모님으로부터 자연스레 물려받은 따뜻한 마음과 교육철학으로 현재 사회복지현장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히 글로 풀어내어 감동을 준다.

김윤숙 님이 뒤늦게 시작한 시골생활도 참 재미가 있다. ‘구만마을 이야기’에서는 사람 사는 내음이 물씬 나고 ‘잎새와 아기들’은 한 편의 동화처럼 사랑스럽다. 남편과 하루하루 가꿔가는 자신의 정원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내년에 다시 글쓰기수업이 개설되면 그 이야기를 이어갈 거라고도 약속했다.

지리산행복글쓰기를 통해 출간된 작품집.

이렇게 묶은 작품집을 자축하려고 지난 9월 5일 자서전 출간기념회를 가졌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글쓰기 지도를 해주신 이진숙 작가와 수강생들이 그간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어머니의 자서전 출간을 축하해 주는 모습은 함께 한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막상 시작을 하지 못했다가 이번 글쓰기수업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어느 분의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세 권의 자서전은 도서관 이용자와 지역주민들 누구나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산청지리산도서관 1층 자료실에 별도로 비치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들의 말과 꿈

지금, 인생의 쉼표처럼

강정애 님.

내가 태어나고 결혼 전까지 살던 곳은 진주였다. 남편이 조용한 전원생활을 원해서 산청군 단성 송강 마을로 이사를 온 지 팔년이 지났다. 밤이면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정말 평온한 곳이다. 나의 꿈은 지금 현재는 없다. 인생의 쉼표처럼 잠시 쉬어가는 중이다. 언젠가 작지만 소박한 꿈을 만들 것이다.

 

작은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는 그날을 꿈꾼다

강향란 님.

아버지의 고향이자 내 성장기를 함께 하는 곳이 나에게는 고향이다. 지금 현재 꿈은 은퇴 후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여유롭게 책도 읽고 글도 끼적이고 싶다. 카페가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아가며 큰 도전이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단순한 삶

손승극 님.

나의 꿈은 단순하다. 단순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나 새삼 요즘 느끼는 것이 단순한 게 내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하지 않음을 느끼며 산다. 먹고 사는 것부터 사람이 부대끼는 것이 옛날에 실감하지 못했던 것을 더 실감나게 느낀다. 이제는 가끔 그러한 기억들을 다시 백지에 끼적거려 정리해보고 싶어진다.

 

글쓰기, 이제부터 한 살

신복희 님.

육십 한 살의 나이, 육십 빼고 이제부터 한 살이다. 노년의 성년, 앞으로 20살이 되면 어떤 자화상을 하고 있을까.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나름 목표를 정해본다. 자주 글을 쓰다보면 글쓰기가 수월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늙지않고 익어가기 위해 한 살 배기 서툰 걸음을 한 발 한 발 떼 보려 한다.

 

다시 시작하다

조만선 님.

내 삶의 지렛대인 고향 산청 사리마을 산천재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며 그간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해본다. 은빛물결이 도도히 흐르는 덕천강을 바라보며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산천재 네 기둥에 있는 주련을 음미하며 마음과 정신이 온전히 살찌워지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 다시 시작해본다.

 

새로운 삶의 시작

김윤숙 님.

남편과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시작한 시골생활은 녹녹치 않다. 매일 하는 일이 똑같고 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 내가 생각했던 정원의 모습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원을 가꾸던 중에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글쓰기 수업이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엄마는 이야기하고 아들은 받아 적고

정정자 님.

내 나이 올해로 85세다. 지금껏 살아온 세월이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그런데 내가 한글을 뗀지 얼마 안 되었다. 강의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도 아프다. 80년 세월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실컷 풀어낼 수 있어서 좋다. 그것을 아들이 옮겨 적고 있다. 어쩌면 올해 내 자서전이 나올 것 같다.

 

 

고마운 시간

정동근 님.

태어난 곳이 고향이라면 대구인데 오랜 객지 생활로 이제 정이 많이 든 이곳 산청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듯하다. 얼마 동안은 나를 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다. 지금이 내게 주어진 작은 행복의 시간 같다. 가족에게 애틋한 정도 베풀고 나도 돌아보고 그런 시간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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