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양귀비보다 붉은 그 마음을 음식에 녹여낸 ‘진주냉면’

기사승인 [70호] 2021.07.06  11:36:52

공유
default_news_ad2

서부경남에 뜨는 진주냉면 역사
냉면 육수 특허 내며
신흥 강호로 부상 중인 ‘산홍’

진주냉면은 한마디로 양반냉면
굵고 탄력 있는 곡물을 섞어
혼합가루 이용한 것이 특징

진주냉면 전문점 ‘산홍’ 이종상 대표는 역사성과 철학을 담으려는 각오로 ‘진주냉면 육수의 제조방법’이라는 특허를 취득했다. 그는 진주냉면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양반냉면’이라고 정의했다. <사진: 산홍>

무더운 여름철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인 냉면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유명 맛집들의 경쟁으로도 눈길을 모은다.

전통적으로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양대 산맥이지만 서부경남의 경우 진주냉면이 기세가 아주 무서울 정도로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인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흥 강호가 진주냉면 산홍이다.

“플레이팅 디테일이 예술이다” “고명을 얹은 것만 봐도 냉면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최근 진주냉면을 찾은 맛집 애호가들의 품평이다. 작은 것 하나에 열정이 와 닿은 것이다.

진주냉면은 개미라고 부르는 ‘갯맛’을 강조한 게 특색이다. 해물로 만든 육수는 기존 평양·함흥냉면과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고명으로 육전이 들어가고 굵은 면발은 진주냉면의 갖는 상징이다.

진주 금산면과 하대동에 있는 산홍은 최근 육수 레시피를 특허 출원해 주목받고 있다. 이종상 대표는 “‘진주냉면의 기준을 내가 다시 만든다’는 각오로 만든다”며 “레시피는 특허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오랜 시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진주냉면 육수의 제조 방법에 대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노력은 최근 ‘진주냉면 육수의 제조 방법’이라는 특허를 취득하기에 이른다. 이 대표는 “진주냉면은 한 집안 고유의 가전 비급(秘笈)이 아니고 진주라는 도시에서 냉면을 팔고 있는 식당의 냉면 모두가 진주냉면이어야 한다”며 대중화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방송 출연 등이 이어지면서 냉면 외에 메뉴도 관심이 많지만, 냉면 장인을 고집하는 것이 산홍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진주냉면과 기존 평양·함흥냉면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것일까?

이 대표에 따르면 “쉽게 설명해 평양냉면은 소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는 맑은 곰탕 같은 것이고, 진주냉면은 뼈를 고아 낸 진한 육수로 설렁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진주는 소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했다.

1960년대까지 서부경남의 중심 진주에는 6개의 진주냉면 집이 성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뼈를 고아 낸 육수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육수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각자 건해산물에 건표고버섯, 또는 동치미 국물 등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진주냉면 육수를 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건해산물의 경우 그 양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건 표고버섯의 양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소량의 건해산물이 첨가되는 것에 착안해 이를 복원하려던 몇몇이 평양냉면과 전혀 다른 진주냉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오직 해물육수 만을 강조한 진주냉면이 탄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대표는 “건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야 더 맛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으나, 건해산물 양이 많아질수록 육수는 더 불안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육수에 건해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그 양이 적더라도 상당히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을 요구하는 것으로, 차라리 동치미 국물을 첨가하는 방법을 쓰는 면쟁이의 냉면은 청량감에 깊이가 있는 맛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맛이었다고 한다.

진주냉면 전문점 ‘산홍’을 찾은 연예인들. 왼쪽부터 박원숙, 이종상 대표, 김영란, 혜은이. <사진: 산홍>

이종상 대표는 진주냉면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양반냉면’이라고 정의했다.

평양냉면의 경우 청나라로부터 구황작물로 들어온 메밀을 주재료로 사용한 끼니를 위한 국수였다. 비록 도입 초기에 도정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껍질에 있는 메밀의 독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 끝에 무즙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 무김치나 동치미 국물과 함께 국수를 말아 먹었다.

반면 진주냉면은 오직 진주의 양반들을 위한 국수였다. 메밀 도입 초기 메밀 독성으로 인해 “조선인을 말살하기 위해 청나라가 메밀을 퍼뜨렸다”는 소문이 나기도 하는데, 이 소문에 진주 양반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메밀이라는 작물을 꺼리게 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현재에도 진주사람들은 메밀로 만든 막국수나 평양냉면을 선호하지 않는다.

진주의 냉면이 상대적으로 굵은 것은 남강을 따라 사람과 곡물이 모여들던 풍요의 도시와도 연관이 있다. 면을 굵게 만들기 위해서는 밀을 제외한 단일 곡물로는 굵게 만들기가 힘들기에 다른 곡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진주냉면.

이 대표는 “조선 후기 진주 양반들이 새로운 타입의 혼합 가루 면을 처음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주냉면이 교방의 음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추론했다. 교방에서 더 굵고 탄력 있는 3~4가지의 곡물을 섞은 혼합 가루를 이용한 면이 조선 후기 처음으로 탄생했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진주냉면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기에 진주 의기 ‘산홍’을 알리기 위해 상호와 함께 비빔냉면 이름을 산홍으로 정해 음식에 역사성과 철학을 담으려는 태도가 가능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의 요구를 뿌리친 산홍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음식으로 표현해낸 것인데, 최근 진주시는 산홍을 주제로 한 웹드라마 ‘남강블루스’를 제작해 ‘산홍’ 알리기에 들어갔다.

진주산홍.

음식에 대한 철학이 담긴 덕분에 위기상황 돌파에서도 빛이 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 외식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는 과정에서 산홍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대유행과 냉면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 것은 구조조정 등이 아니었다. 도리어 공격적인 행보였다. 포장 배달은 아예 안 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인원 감축을 대신해 원칙을 양보했다. 고개의 요구를 파악하면서 뛰어든 결과는 배달시장을 잠식한 것이었다.

기록을 경신했고, 광고 성과가 500배를 넘어서려는 순간 산홍은 중단을 결정했다. 더 파는 것은 탐욕과도 같고 고객 응대에 허점이 하나둘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처럼, 서비스 직원을 더 투입시켜 고객 응대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택한 것이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여러 곳으로 체인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꺼리는 이유는 맛 관리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점포가 많아지면 맛 관리가 안 된다”면서 고객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사업 확장은 조심스러워한다.

진주 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산청이나 합천과 달리 거창이나 함양의 경우 진주냉면을 맛보려면 원정을 나서야 해서 내심 가까운 곳에 체인점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들도 있다. 이게 실현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더 갈고 닦아야 한다는 산홍의 마음가짐에는 냉면계의 일대종사를 꿈꾸는 진주냉면의 자부심이 가득했다.

성하훈 편집위원 doomehs@gmail.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