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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영화의 스릴, 1960년대 영국-러시아의 스파이 대결

기사승인 [66호] 2021.05.16  19: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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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스파이’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두 영화는 같은 듯 다르면서
다른 듯 같은 영화다
정보기관의 실화를 바탕으로
1960~1970년대 첩보활동배경

첩보 스릴러가 매력적인 것은
적절한 긴장감과 세밀한 전개에
인간적 고뇌 등을 엮고
사랑·우정·배신 등 적절히 엮어

‘더 스파이’ 스틸컷. 한 사람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를 담아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구성했다.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이 각각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대표해 대립하던 이른바 냉전 시절은 강대국들의 대결로 핵전쟁의 위협을 받던 시기였다. 두 강대국이 맞서던 냉전의 발발은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이 시작이었다. 한반도에서 맞부딪힌 두 나라는 1990년대 초반, 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40년간 이어지게 된다.

냉전 시기는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양쪽의 첩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였다. 하지만 전쟁의 포화를 겪은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면서 국제 첩보전의 무대는 유럽으로 옮겨간다. 당시 분단국가로 동서로 나뉜 베를린은 중심무대였다. 1961년 만들어진 베를린장벽은 동서 냉전의 상징물이었다.

미국과 소련을 비롯해 미국의 우방인 영국과 프랑스 등의 정보기관들은 베를린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작활동을 펼치며 활발하게 활동했고, 1960년대 절정에 치닫던 강대국들의 충돌 과정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당시의 은밀한 뒷이야기들이 하나둘 알려지게 됐고, 영화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각국 정보기관의 고난도 첩보 활동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순간이 많았기에, 영화로서는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첩보영화들은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007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8일 개봉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4월 28일 개봉한 <더 스파이>도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다. 미소 냉전시기를 배경으로 했지만 주인공은 영국이고, 영국과 소련의 정보기관의 첩보전이 중심이다.

두 영화는 같은 듯 다르면서, 다른 듯 같은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1960~1970년대 첩보활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같다. 영국의 정보기관을 축으로 공작의 대상은 소련이다. 두 작품 다 비밀리에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다른 점은 내부 정보를 빼내 적국에 넘겨주는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한쪽은 의인이고 한쪽은 악인으로 그려진다는 점일 것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미국 등 서방 세계는 선한 모습으로, 소련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세력은 악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2011년에 만들어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비해 <더 스파이>는 2021년 제작돼 10년 차이가 있다. 하지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두 작품 모두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하는 것은 같은 점이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틸컷.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서커스로 불리는 영국정보부 최고위급 간부로 암약하고 있는 소련의 정보원를 색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전 실패로 물러난 고위급 은퇴 요원이 정부의 요청으로 내부의 반역자를 찾는 반탐(反探)공작을 전개하는 내용이다.

영국 정보부 내의 소련 이중간첩 킴 필비 사건을 모델로 르 카레가 쓴 소설이 원작이다. 케임브리지 출신의 엘리트로 공산주의자였던 킴 필비는 한때 영국 정보부의 반첩보과 과장이었고 영국 정보부의 부장 지위에 오를 뻔하기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영국정보부에서 일하고 있던 르 카레는 킴 필비가 소련에 노출시킨 비밀요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정보부를 떠났는데,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소설을 엮어냈다. 같은 이름의 영화 역시도 그 기운을 이어갔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촘촘하면서도 세밀하게 첩보 세계를 그려냈다. 두더지라 불리는 내부의 간첩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누군지 확인되지 않은 적을 향해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은 잠시도 눈을 떼기 어려울만큼 긴박하게 전개된다.

온갖 첨단장비가 등장하는 요즘 디지털 시대와 비교하면 아날로그적인 환경이지만, 오랜 시간 공작원으로 활동해 온 정보기관 요원이 예리한 감각으로 접근해 가는 과정은 몰입감과 재미를 안겨준다.

<더 스파이>는 미소냉전 시기 쿠바 미사일 배치를 두고 핵전쟁 위기로 치닫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냉전이 절정에 이르며 3차 대전의 위기로 치달은 쿠바 미사일 위기는 공식적으로는 1962년 10월 미국 정찰기에 의해 쿠바에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의 사진이 촬영되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공식적이면서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그 이면에는 소련 군사정보국에 고위 인사가 미국 쪽에 소련의 핵무기 배치계획 등이 담긴 정보를 전달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모스크바 첩보망이 와해됐던 미국은 직접 원활한 정보 수집을 위해 영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민간인을 활용하게 된다.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구성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진영이 소련 고위급 인사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는 수천 건에 달한다. 3차 대전이 될 뻔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가 해소될 수 있었던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나름 성공한 공작으로 진행됐으나 꼬리가 길면 밝히는 법, 정보가 전달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소련 정보기관의 의심도 커진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만난 사이라고는 해도 올레크 대령과 영국 사업가 그레빌 윈의 개인적인 우정도 점점 두터워진다. 위험이 가중되는 시기에도 아랑곳없이 그레빌 윈은 우정을 생각해 다시 모스크바로 향하게 된다.

<더 스파이>는 핵전쟁의 위기가 닥친 순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사람들의 뒷이야기다. 핵전쟁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가 긴장감 있는 첩보드라마를 완성했다. 이것이 실화였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의 새로운 냉전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첩보 스릴러가 매력적인 것은 적절한 긴장감과 세밀한 전개에 더해 인간적 고뇌 등을 엮고, 거기에 사랑과 우정, 배신 등이 적절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요원들의 속살도 엿볼 수 있는 데다, 퍼즐을 맞추듯 숨겨진 조각을 찾아내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윤곽은 고난도의 추리게임을 풀어내는 느낌이다.

화려하게 만들어진 무대 뒤편으로 얼기설기 엮인 구조물들과 같은 모습인데, 서로를 속이고 감추며 기만하는 활동을 벌이는 것이지만 첩보 활동이라는 명목 아래 멋있게 포장될 수밖에 없다. 실패한 공작이나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인하고 외면하는 태도는 정보기관이 갖는 냉혹한 생리를 보여준다.

다만 두 영화 모두 냉전 시대 서방 세계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보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미의 단어 ‘내로남불’이 느껴진다. 영국의 정보를 넘겨주는 소련의 이중간첩은 죽어 마땅한 악으로 묘사되지만, 소련의 정보를 서방에 넘겨주는 고위 인사는 의인으로 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느 쪽이든 배신의 대가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쓰기만 하다. 차가운 국제첩보전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영화다.

성하훈 편집위원 doomehs@gmail.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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