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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자전거 라이딩

기사승인 [66호] 2021.05.10  2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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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향란 산청군청 근무.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혼자는 자신이 없어 사무실 후배와 함께 하기로 했다. 며칠간 가까운 거리를 연습한 다음 처음으로 6㎞ 떨어져 있는 다리를 돌아오는 것을 코스로 잡았다. 사무실 후배가 먼저 출발하고 내가 뒤이어 출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는 보이지 않았다. 후배는 자신만의 라이딩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열심히 달렸다. 근래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는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매끈한 데크와 눈부신 난간 조명이 대도시 공원을 연상하게 해주었다. 낮에는 볼 수 없는 강변의 밤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밤 9시를 막 지나 저녁을 먹고나온 커플, 부부, 가족들 몇 팀들이 산책을 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었다. 통행량이 적어 자전거 타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처음엔 주변 야경과 밤공기를 느끼며 느긋하게 라이딩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균형을 맞추려고 핸들을 꽉 쥔 팔과 빡빡한 페달을 돌리던 허벅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전거는 단을 조정할 때마다 심하게 철커덩거렸다. 지난해 제대한 큰아들이 중학교 때부터 타던 낡은 자전거라 탈이 날만도 했다.

아들의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남편이 선물한 자전거였다. 처음 자전거를 끌고 왔을 때는 지금의 초라한 모습과는 다르게 하얀색 광채를 뿜었었다. 자전거를 보고 좋아하던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훤하다. 어릴 적부터 경사진 동네를 오르내리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힘들이지 않고 탔던 아들은 동급생보다 유난히 체구가 작았다. 그래서 걱정이었는데 제 키보다 훨씬 큰 자전거를 능숙하게 잘 탔다. 자전거는 아들이 가는 곳마다 친구처럼 늘 함께했고 아들이 집에 있음을 가족에게 먼저 알려주는 반가운 존재였다.

아들이 중2가 되던 즈음부터 나는 바쁜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 핑계로 아들과 함께하는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현재 아들과 나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 때 아들과 자전거도 같이 타면서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며 땀 닦을 손수건이라도 챙겨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마저 들었다.

자전거에서 이상을 느낄 때마다 도중에 고장이 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혹시라도 자전거가 멈춰버린다면 끌고 오든가 택시를 불러 실어와야겠지, 하는 고민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전거를 끌고 나오기 전에 미리 점검하지 않은 걸 자책하기도 했다. 한편 이젠 제 역할을 마친 듯 철커덕철커덕 힘에 부대껴 보이는 자전거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40여분을 달려 목표지점인 반환점에 도착했다. 앞서 달려간 후배가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맺혔고 팔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완주했다는 기쁨에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무엇보다 탈 없이 달려와 준 자전거가 고마웠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4월의 여린 잎들이 가로등 아래서 흔들리고 있었고 강을 따라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에 마음이 다 시원해졌다. 처음 내 머릿속을 휘젓던 걱정거리들이 물소리 바람소리에 실려 날아가 버리고 마음은 평온해졌다.

돌아오는 시간은 달려간 거리의 반 정도 밖에 안 느껴질 만큼 짧았다. 모처럼 자전거를 타면서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다. 누구보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남편, 아이들과 같이 이 길을 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라이딩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설렌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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