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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을 오르며

기사승인 [66호] 2021.05.10  22: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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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선 산청군청 근무.

올해 들어 몸이 자주 아팠다. 지난주부터는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아야 했다. 어지간하게 아파서는 병원에 잘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몸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의욕도 없어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뭔가 큰 병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견딜 만큼 견디다가 병원을 가게 된 것이다.

검진결과 다행히 큰 병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예상하던 병명을 듣는 순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으나 의사선생님은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다녀온 내게 남편은 밥 먹고 바로 엎드려 있으니 위염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질책했다. 그래서 요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꽃봉산(237.5m)에 오르고 있다.

사무실직원들은 대부분 점심을 먹고 평지를 20분정도 걷는데 한 직원이 꽃봉산을 오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예방 일환으로 사무실 구내식당에서는 점심을 시차를 두어 먹는다. 11시 45분부터 점심을 먹는 한 달 동안은 식사 후 여유시간이 있어 꽃봉산을 오를 수 있었다.

산청읍에 위치한 꽃봉산은 산꼭대기에 누각이 우뚝 솟은 게 꽤나 운치 있고 멋스럽다. 점심시간에 오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높이라 대다수 직원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운동이 절실하던 나는 맞장구를 치며 올라가자고 했다.

점심을 먹고 너덧 명이 함께 산을 올랐다. 꽃봉산은 멀리서 보면 능선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듯해도 가까이 가보니 계속 오르막이고 평지가 별로 없어 힘들었다. 천천히 오르는데도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대화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고 오르기에만 바빴다. 나무들 사이에 벚꽃이 피어있고 길섶에 온갖 들꽃이 보였지만 예쁘다는 말은커녕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점심시간 안에 올랐다 내려와야 해서 잠시라도 쉴 틈이 없었다.

정상에 올라보니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 알 것 같았다. 산이 많고 물이 맑아서 산청(山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도. 산청읍내가 산으로 빙 둘러싸여 아담한 보금자리에 앉은 듯했다. 바로 눈앞에 필봉산(858m), 왕산(923m), 웅석봉(1099m)이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두류산과 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이 완만하게 굽이쳐 흐르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냈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의 풍경이 다르게 와 닿았다. 나날이 새롭고 마음도 몸도 시원하여 비로소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꽃봉산 전망대에서 찍은 읍내전경을 가족 단톡방에도 보냈다.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가족들과 나누고 싶었다. 한바탕 몸이 아픈 후에야 다시 한 번 더 가족의 소중함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버려서 가족여행이 쉽지 않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동해든 서해든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 꽃봉산에 오르면서 건강한 삶이 주는 행복감을 알게 되었다. 영국 속담에 ‘우유를 받아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퇴근 후 저녁에는 남편과 주변을 산책하며 쌓였던 이야기도 나누며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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