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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권력을 돌려주길”

기사승인 [45호] 2020.06.22  16: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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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경제 주체로 인식하고
권한을 주며 책임도 부여해야

정치·행정 청년에 귀 기울이며
지방정부는 예산반영에 나서야

청년들 기본적 역량 배양위해
토론회·교육 적극적 참여 필수

권순모 거창군의원은 청년의 손으로 청년정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글·사진= 권순모 거창군의회 의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남·여 양성을 통칭하는 의미에서 ‘청년’ ‘청년정책’ 이라는 말이 대단히 익숙해져버린 오늘, 청년들은 과연 그들에게 모아진 시선과 관심을 몸으로 느끼고 사회, 경제적으로 체험하고 있을지 대한 의문에서 글을 시작합니다.

# 청년정책이 왜 필요한가

지난달 23일 열린 ‘거창 청년에게 듣다-청년정책 좌담회’. 이날 청년들은 진로, 일자리, 주거 등의 다양한 고민을 훌훌 털어놓고 여러가지 제안들을 던졌다.

과거에는 경제정책의 개념에서 ‘실업률’ 이라는 주제가 언론을 통해 심각하거나 혹은 긍정적으로 다루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함께 2000년대를 전후하여 ‘청년실업’에 대한 조금은 진화된 고찰이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호황을 누리던 한국경제에 있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통계지표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긍정적 고찰은 시작되었지만 기성세대의 청년에 대한 이해와 정책적 접근은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당시 한국사회에서 깊이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대부분 그랬듯이 현재의 통계수치를 끌어올리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대응을 위한 정책들로 일관했던 것이라고 비판도 하고 싶고요.

그 결과가 예전의 일자리정책에 청년을 갖다 붙인 ‘청년일자리정책’ 중심으로 하는 경제중심의 정책들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단어는 이제 ‘청년정책’의 정석 같은 것이 되어버렸지요. 생각해보면 다른 마땅한 말도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또 말만 바꾼다고 체질이 바뀌진 않지요.

청년정책은 특정 집단이나 전문가에 의해서 만들어져 단기에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지금껏 우리는 경험해왔습니다. 다른 정책들과 다르지 않게 청년정책도 여러 정책들과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있는 정책입니다. 예를 들면 경제정책과 청년일자리, 주택부동산정책과 청년주거, 양성평등정책과 출산율, 장애인복지정책과 청년장애인 등 이토록 복잡하게 꼬여있는 문제들을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까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정치권의 입장에서 결론만 말하자면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이지만 반대로 청년들에게 ‘왜 청년정책이 필요한가?’ 라는 반문을 던져보면 ‘사회적 약자라서’ ‘청년은 배고프다’ ‘청년은 소외받는다(불공평)’ ‘부모의 그늘(경제력)을 벗어나기 힘들다’ ‘청년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구조(유리천정)가 아니다’ ‘청년이 나라의 미래니까’ 등 매우 다양한 반응과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명쾌하게도 이 답들이 청년정책의 기초인 것이지요.

#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권력을

김경수 지사는 올해 경남을 ‘청년특별도’로 선언했다.

청년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묻고, 청년들이 만들어야겠지만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필요합니다. 먼저 좁은 지역사회다보니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도 대도시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지역 청년들은 주말과 휴일에는 거주지역을 이탈해 인근 대도시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편이지요. 물론 근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뜸한 편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또한 청소년, 청년들은 지연·혈연·학연 등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 속의 많은 눈과 귀에 노출되어있다 보니 지역 내 사회활동 참여가 소극적이거나 활동반경이 좁은 경향이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어딘가, 뭔가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의 배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혈연, 나이 등의 위계가 작동하여 청년들의 자율성을 저해하거나 침해하는 것을 함께 막아야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만, 지금 당장에는 시작이라도 해야 합니다. (혹시 이러한 관계의 문제로 인해 직접 말 못할 좋은 정책적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제게 알려주세요.)

이런 기성세대들의 청년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 청년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거창군을 비롯해 경남도와 중앙을 구분하지 않고 청년정책과 관련한 간담회나 토론회를 주최 또는 참석하며 많은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들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여성농민이 유튜브 관련 마을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나를 제외하니 모두 할머니 세대의 어르신들이라, 강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튜브에 접속하는 것부터 내가 가르치고 있더라. 강사님도 힘드시겠지만 나는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 또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하여 바쁜 일상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고되게 보냈지만 악덕업주를 만나 박봉에 노동착취로 카드빚만 진채 귀촌하여, 큰돈은 아니었지만 아르바이트로 천천히 갚아내고 슬로우-라이프를 즐기며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이제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데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하며, 힘들게 시작했는데 실패하면 어떡하죠?” 라는 청년의 이야기.

“공공건물이었는데 우리 아기 어릴 적 수유할 곳이 없어서 화장실 칸에서 수유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진짜 너무한다. 수십, 수백억씩 세금 들여서 건물 짓고 ‘수유실’ 하나 안 만드는 배려가 엉망이다” 등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사례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청년들이 직접 고민하고 대안과 해결책을 직접 고민해내는 과정과 이어지는 정책적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굳이 그 과정의 예를 들자면 청년의 고민을 행정적인 정리를 통해 시민사회 영역의 홍보나 계도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합의를 도출하고 의회가 조례를 만들거나 예산을 승인함으로써 청년들의 생각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경험을 하게하는 것이 진정한 청년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청년은 기성세대가 보살펴야 할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그들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을 부여하면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일을 할 수 있는 지역 경제의 주체로 인식하는 태도의 전환이 먼저여야 할 것입니다. 이 태도의 전환의 기저에 청년에게 최소한의 권력을 돌려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권력은 바로 정치와 행정이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현실화 시키는 것에 기인합니다. 물론 지방정부의 예산반영은 필수겠지요.

# 청년들은 역량 키워야

청년들이 다양한 고민을 주고 받으며 토론하고 있다.

권력이야 주면 좋은 것이겠지만, 이 권력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가정을 해보면 행정과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예산도 반영해주는 등 권력을 이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실행이 안되거나, 행정적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여러 트러블을 발생하는 경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권력을 이양 받을 청년들의 기본적인 역량에 있다고 봅니다. 사회문제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토론회나 간담회, 설명회 등에 참석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하는 등의 적극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앞서 말한 이런 적극성과 노력의 기준을 정량적으로 설정해본다면 중앙 또는 광역지자체나 기관의 공모사업 사업계획서 정도는 쓸 수 있는, 또 가능하다면 선정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수준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청년이 그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일부 몇 명의 청년이라도 그런 준비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지역의 청년정책은 더 빛을 발할 것이고 그 빛들이 모여 국가의 청년정책으로 자리 잡아서 청년이 행복한, 청년이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년 여러분, 힘내십시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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