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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에 대한 단상

기사승인 [39호] 2020.03.23  21: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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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갑 산청우체국 근무.

태갑이라는 나의 이름은 한학을 하신 백부님이 지어 주셨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 이 이름을 불러주면 ‘억세다’는 느낌이 들곤 해서 내 이름이 썩 맘에 들진 않았다. 그러나 한자를 많이 공부하신 백부님이 지었으니 뜻은 좋겠지 하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다 중년에 들면서 우연히 ‘주역과 명리학’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전혀 관심도 없었던 책인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의외로 집중이 되었고 호기심도 생겼다. 그 책에서 유독 내 마음을 끈 부분은, 사람의 운명은 연월일시와 들어오는 운에 따라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는 부분이었다. 사주명리를 철학관 등에서 본 적은 없지만 그 책을 읽은 후 적지 않은 호기심이 갔다.

내 이름은 명리상 좋은 이름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저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게시판에 한문이름과 생년월일시를 게시하였다. 다행히 강태갑이라는 이름은 나 자신과 맞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막연한 우려가 말끔히 가시는 계기가 되었다. 그 분과 댓글로 몇 번 문답을 했는데 내가 장남이라는 것을 안 저자는 내게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호를 하나 지어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렇게 받은 호가 ‘현제’인데 ‘어질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때 그 이름을 받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평소엔 괜찮은데 화가 났을 때가 문제다. 화가 나면 앞뒤를 안 가리고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집안에서 그러니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관리자로서 10년 이상을 근무해 오면서 아마도 동료와 부하 직원들에게 적잖은 어려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 현제라는 호를 쓰면 나의 욱하는 성격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결정한 ‘현제’라는 호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호 덕분인지 그 후론 욱하는 성질도 많이 가라앉은 것도 같다. 그래선지 이름보다 호를 더 많이 불리고 싶은데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이제 직장에서 은퇴할 때도 1~2년이 남았다. 인생의 큰 줄기는 지나가고 마무리를 할 시점이다. 이름은 누군가 많이 사용하거나 불러주어야 하는데 이제 곧 퇴직을 하면 그마저도 불리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호를 많이 사용할까 생각하다가 사이버 필명으로 사용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이버공간에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필명 또는 예명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와 카카오스토리 및 페이스 북 등을 개설하여 하루 동안 느낀 소소한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담으면서 ‘현제’라는 이름은 자주 사용되고 나의 만족도는 증가하고 있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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