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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의 농촌, 탈출구는 없나… 이대로 가면 소멸이다

기사승인 [0호] 2019.07.08  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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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소멸고위험지역에 포함
산청·함양·거창도 위험진입단계

통계값 재정지출효과는 부정적
위원회 등 수사적 용어만 남발
달라진 점은 ‘현금복지’ 늘어나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농촌 투자는 인구정책으로 가야

이종학 꿈틀꿈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노래 〈흙에 살리라〉처럼 고향에서, 농촌에서 살겠다는 사람들은 드물다.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나는야 흙에 살리라”라는 가사처럼, 이 곡이 발표된 1970년대 초반이라면 한창 산업화·도시화가 계속되면서 이농·이촌의 인구이동 현상은 막을 수 없는 시대흐름이었을 것이다.

50년 가까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농촌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인구절벽’이라는 벼랑끝 위기에 내몰려있다. 인구절벽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The Demographic Cliff》(2014)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한 마디로 일할 사람, 혹은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 농촌을 낭떠러지로 내몰았으며, 위기 탈출의 해법은 없는가.

소멸 위기, 눈앞의 현실이다

1980년대 필자가 합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한 학급 50여명에 전교생은 500여명 남짓이었다. 그 모교의 현재는 1~6학년 전교생 전부가 40여명이다. ‘86년 아세안 게임’, ‘88년 서울올림픽’ 있었던 시절에 비하면 30여년의 세월 속에 고향의 학생 인구는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이것이 고향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야를 나라 전체로 넓혀보면 어떨까. 인구 위기 앞에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그렇다. KBS(한국방송공사)의 대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기도 했던 《명견만리》는 “충격적인 22세기 시나리오,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 대한민국”을 이야기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비롯해 전문 연구기관들은 이대로 간다면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었다.

이뿐인가.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또한 비관적이다. 지금의 저출산·고령화가 지금 추세(2013년 기준 합계출산율 1.19명)로 이어진다면 2033년 국가재정의 파산 위기가 오고, 206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8퍼센트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 몰락’이 ‘인구 붕괴’로 가속화될 것에 대한 분명한 예고일 것이다.

자식손주 생각해 그래도 일하는 ‘어쩌다 청년’

농촌에서 60세가 환갑, 70세가 고희의 연세라면 어르신의 지위지만, 역할은 청년이다. 젊게 살고, 청춘에 머물고 싶어 맡은 청년의 역할이라기보다 농촌의 인구 구조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만든, ‘어쩌다 청년’인 셈이다. 농사를 이어갈 사람들도 부족하고, 자식손주들도 모두 도회지로 나가있기 때문에 ‘강제 정년 연장’ 일지도 모른다.

지난 3월 통계청은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을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67년 3929만명(1982년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는 당장 올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다시 말해 우리 인구구조 자체가 돌아가시는 분은 많은데, 태어나는 아기는 적은 시스템으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 어르신들을 일을 해야만 하는 청년으로 생산해내는 구조다. 더욱이 귀한 자식손주들을 챙기시는 어르신들의 자비로운 마음은 뙤약볕의 논밭을 마다하지 않게끔 만들고 있다.

문제는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사회적 부담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3757만명의 생산연령인구가 50년 후, 2067년에는 고작 1784만명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반해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 명에서 2025년에는 1000만명, 2067년에는 1827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총부양비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훗날 과도한 총부양비의 부담이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는 첫째, 생산투자의 제약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이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정지상태에 이를 수 있음을 뜻한다.

둘째, 미래세대 부담의 부담압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총부양비의 부담 주체는 미래 세대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숫자가 적다면 1인당 부담비용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 부담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의 손주들은 세금부담에 허덕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멸위험은 합천, 산청, 함양, 거창 순

일본에서 ‘지방소멸’ 이야기가 나온 것은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인구감소 추세를 근거로 일본의 900여 농어촌 중소도시 및 시골 읍면들이 지도 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일본 이야기가 남의 일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한국의 지방소멸 2018〉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2018년 6월 기준, 소멸위험 시군구 수는 전체 228개 중 89개(39%)이고, 소멸위험 읍면동 수는 전체 3463개 중 1503개(43.4%)에 달한다.

소멸위험지수가 0.2~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진입단계’, 0.2 미만이면 ‘소멸고위험 지역’이다. 우리 지역의 소멸지수를 살펴보면 거창군 0.335, 함양군 0.229, 산청군 0.205, 합천군 0.171이었다. 이대로 가면 합천, 산청, 함양, 거창군 순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출산, 고령화 현금복지는 현상유지책도 못된다

우리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 문제에 대응해 지출한 국가재정은 적은 규모가 아니다. 2006년부터 1~3차에 걸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고, 작년까지 13년간 269조4000억원을 사업비 등으로 썼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152조7000억원을 썼고, 고령화 대응에 투입한 예산은 116조7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앞서 다양한 통계값들이 나타내듯 재정지출의 효과는 부정적이다. 정부가 ‘저출산위원회’ 등 위원회를 만들고 각종 ‘기본계획’, 무슨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금부담은 물론, 재정을 동원해 현금복지를 늘렸다는 점이다. ‘삶의 질’, ‘양성평등’, ‘포용국가’까지 예쁘게 포장하려한 수사적(修辭的) 노력밖에 보이질 않는다.

정부의 출산정책, 고령화 대응책의 핵심은 ‘보조금’이다. 특히 저출산 대책의 경우 출산지원금과 병원비 등의 액수, 보장범위, 기간을 계속 늘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미래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 속에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며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없다. 정작 필요한 것은 청년정책, 경기부양 정책이었음에도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출산 보조금의 임시 미봉책만 계속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농촌 청년에서 답을 찾아야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64년 정부가 만든 인구정책 홍보영상에 실린 내용이다. 지금은 ‘덮어놓고 예산을 투입하다보면 나라가 거지꼴을 못 면한다’가 더 어울릴 법하다. 복지예산 투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대책이 아니라 정책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농촌의 지역소멸을 고려한 청년정책이 절실하다.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귀농·귀촌인이 5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20대 귀농·귀촌인 증가가 두드러져 지난 한해만 1만1600명이 늘었다. 고용절벽 탈출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다시 농촌으로 오는 것이다. 농촌에서 아이를 낳고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 환경을 만드는 투자가 필요하다. 농촌에서부터 대한민국 소멸의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농촌에 대한 투자는 인구정책의 한 방편으로, 인구절벽의 대안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흙에 살리라’는 청년을 반드시 창출해내야 한다. 그런 청년이 나올 수 있도록 농촌 환경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

서부경남신문 webmaster@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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