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6살에 멈춰진 기억… 치매노인 다룬 영화 ‘기억’ 시사회

기사승인 [0호] 2019.04.01  19:18:29

공유
default_news_ad2

신원면 수옥마을 전 주민이 출연
9개월 간 촬영… 시사회장 ‘성황’
거창군 세 번째 영화제작 지원

실제 치매걸린 할아버지가 주인공
기억은 '옛집과 어머니' 단 두가지

담백한 촬영이 가슴 먹먹하게 해
우리 사회의 고민 ‘화두’로 던져

6살에 기억이 멈춰진 83세 치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기억: 꿈이로다'의 한 장면. 거창군 신원면 양지리 수옥마을 47가구 83명의 전 주민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거창군>

치매노인 70만명. 65세 이상 노인인구 10명 가운데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치매는 이제 이웃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셈이다.

이러한 국가적 상황에서 전문배우가 단 한명도 출연하지 않고, 지자체가 제작비를 지원해 치매노인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기억: 꿈이로다’가 이르면 올 연말 개봉을 앞두고 특별시사회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거창군은 1일 오후 2시 메가박스 거창점 1관에서 영화에 출연한 마을주민, 지역인사, 사회단체 대표, 공무원, 언론인 등 300여명을 초청해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는 총 2회로 진행됐다. 1회 차는 구인모 군수를 비롯한 출연배우들과 신원면민들이 관람했고, 2회 차는 치매안심센터·거창군립노인요양병원·노인복지관·자원봉사센터·노인통합지원센터 등 노인 관련 단체에서 관람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 영화는 신원면 양지리 수옥마을 47가구 83명 전 주민들이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9개월간 배우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전문배우는 단 한명도 출연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찍은 것이다.

영화는 실제 치매에 걸린 송호영(83) 할아버지가 주인공으로 치매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할아버지를 돌보는 할머니와 이상한 행동을 관찰한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사회에서는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리지도 못하고 애태우는 할머니와 이웃들의 세밀한 감정을 잘 다뤘다는 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초기에는 다큐멘터리로 시작했지만,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알리기 위해 도중에 드라마로 바꾸어 제작됐다.

치매 할아버지를 모시는 할머니가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해 저머 가는 저곳이 어제가 아니고 내일이다, 내일”이라고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일출과 대비된 석양의 모습에서 깊은 인생을 천천히 읊조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른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거창군도 노인인구 1600여명 가운데 12%가 치매환자다. 치매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정우 감독은 “치매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한편 이 영화는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나부야 나부야’ 연출한 최정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오는 10월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개봉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거창군은 거창사건을 다룬 영화 ‘청야’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 ‘귀향’에 이어 세 번째 영화 제작을 지원했다.

치매 할아버지 송호영(83) 어르신의 유일한 낙은 토끼 먹이를 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 전개상 토끼가 우리를 뛰쳐나가는 것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진: 거창군>
영화 '기억: 꿈이로다'에 출연한 거창군 신원면 수옥마을 주민 배우들과 관계자들. 시사회가 끝나고 극장 무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거창군>

최정우 감독 “우리 사회에 현실적 메시지 던지고 싶었다”

노인 10명 가운데 1명꼴로 치매
“우리들 이야기임을 알리고 싶어”

영화 '기억: 꿈이로다' 최정우 감독. 특별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서부경남신문>

거창군 신원면 수옥마을 83명의 전 주민이 참가해 만든 영화 ‘기억: 꿈이로다’는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다루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 10명 가운데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던져주고 있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최정우(54) 감독은 15년차의 다큐멘터리스트로 현재 한국방송공사(KBS) ‘우문현답’의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거창에서 영화를 제작한 이유도 ‘우문현답’의 촬영차 거창을 방문한 인연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최 감독은 “정부와 지자체에 이런 현실을 던져주고 싶었고, 치매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영화 ‘기억: 꿈이로다’는 신원면 양지리 수옥마을에서 실제 치매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 주민이 배우로 출연해 9개월에 걸쳐 찍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애잔함이 큰 여운을 남긴다.  

6살에 멈춰진 83세 할아버지의 기억은 옛집과 엄마 단 두가지 뿐이다.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을까. 치매 할아버지의 기억은 그랬던 것 같다.

다음은 최정우 감독과의 일문일답.

- 노인들의 치매를 다룬 영화이다. 특별히 주제로 삼은 이유는.

“치매 예방부터 치료, 돌봄까지 정부가 통합 관리하는 ‘치매 국가책임제’가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치매예방교육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농사를 생업으로만 한 남자 노인들의 경우 더욱 심하다. 아직까지도 치매를 이웃들에게 알리기를 꺼려하는 게 농촌 분위기다. 치매는 흉이 아니고, 병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이해도 하고 미리 대비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이 핵심이고 주제다.”

- 신원면 수옥마을 전 주민들이 영화에 참여했다. 어려웠던 점은.

“비전문가인 마을 주민들이 모두 배우로 참여했다. 한국방송공사(KBS) ‘우문현답’ 촬영차 인연이 되어 영화제작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연출이 힘들어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을 주민들의 연기력이 생겨났다. 진짜 연기와 리얼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중간지점에서 영화가 완성된 것 같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장면은.

“치매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6살까지 살았던 옛집과 엄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남는 장면은 영화 종반부에 담벼락을 배경으로 두 개의 의자를 놓고, 치매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장면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배려이기도 하고, 공동 의식이기도 한 셈이다. 마지막 의자의 주인공으로 학생이 앉은 것은 치매는 현재형이라는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다.”

-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 ‘나부야 나부야’와 이어지는 맥락으로 봐야하나.

“영화 ‘나부야 나부야’는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에서 78년을 함께 한 노부부를 관찰하며 만든 다큐멘터리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일과와 할아버지가 아내를 떠나보낸 직후와 그 뒤의 일상을 담으면서 내일의 주인인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영화 ‘기억: 꿈이로다’는 치매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로 묵직한 울림을 주고 싶었다.”

- 어르신들의 삶과 시간을 조명하는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주민들의 연기력이 뛰어났다. 엔딩 장면을 할아버지와 노을에 맞췄는데 이는 관객들의 눈에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드라마로 많이 찍고 있다. 어르신들이 이야기는 나와 너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