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희
하루의 알몸들이 등을 밀고 있다
초조初潮의 그때를 그리워하며
물오징어처럼 허물거리는 이력
살아오며 무수히 견뎌냈던
냉탕과 온탕의 흔적들
오십 지난 흔들리는 눈이
온탕 속 하얀 포말을 응시한다
뭇매에 시달린 주름진 시간
허물이 벗겨지게 뜨거웠던 날도
소름이 돋던 오한의 날도
미지근한 물 한바가지에 트이던
숨
벚꽃잎 난분분 날리던 봄은 가고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겨울 초입
혹한도 안을 수 있는
넓어진 가슴이
수고했어요
이젠 좀 쉬어도 좋아요
고단한 시간을 밀어낸다
한 주간 쌓인 피로를 풀러 목욕탕엘 갔다. 수면실에 들어가 딱딱한 나무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았다. 잠시 뒤 엄마를 부르며 들어온 중년의 딸이 노년의 엄마에게 다정하게 얘기한다. “우리 엄마! 목욕탕에 오니 피부가 매끈해졌네!” “엄마도 젊었을 때는 참 예뻤을건데” “엄마 모시고 자주 와야 되는데” 대화 속 애틋함이 묻어난다. 가슴 속 뭉클함이 채워진다. 옆에 있는 다른 분께는 미안함도 건넨다. “우리가 시끄럽게 했지예” 그 분도 엄마와 딸의 얘기가 싫지 않으신 듯 말씀하신다. “다 그렇치예” 눈을 감고도 내 마음은 그 쪽으로 가 있다. 갑자기 내 볼 위로 방울이 또르르 내린다. 땀을 닦아내듯 눈물을 훔쳤다. 눈을 감았지만 정겹고 한편 부럽기도 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맞아! 삶이 그런 것이지. 저렇게 서로를 보듬으며 공감해주고 그저 인지상정의 마음으로 사는 것이 순리의 삶 아니겠는가.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누군가의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서로의 이웃이지 않은가? 순리대로 순하게 살아가는 삶이 진정으로 건강하고 성공한 인생이란 깨달음을 얻고 피로는 덤으로 풀고 가는 우리동네 목욕탕 수면실이다.
<단비>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