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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내 고향

기사승인 [145호] 2024.09.09  17: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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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숙
산청군 청계리 거주

제 고향은 가고파의 고장 마산입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불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신경숙 소설가가 그 시를 읽고 마산 여행을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갔다는 여행기를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고파’는 이은상 시인의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유명한 시로, 가곡으로도 불리고 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집 앞’이라는 시와 노래가 더 좋습니다. 지금은 창원, 마산, 진해와 통합되어 창원시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진해는 벚꽃축제로, 창원은 주남저수지로 유명합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다른 지역 분들도 다 아시는 줄 알았는데, 마산이라는 지역을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 어릴 때 마산은 그냥 시골이었습니다. 논농사, 밭농사 짓는 가구들이 주위에 많았고 저희 집도 땅을 빌려서 밭농사를 지었었거든요. 겨울엔 자치기, 연날리기, 썰매타기, 널뛰기! 여름엔 허벅지까지 오는 개울물에서 수영하기 등 요즘은 하기 힘든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그만큼 시골이라 우리 집으로 오는 골목길에 무덤 두기가 있었습니다. 깜깜해진 밤에 그곳을 지나려면 좀 오싹하긴 했는데 저는 간이 커서 귀신같은 건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래서 제 동생들이랑 그 앞을 지날 때 동생들을 많이 놀렸습니다. “귀신 따라온다.” 소리치며 뛰어가면 뒤에서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며 울면서 따라왔었지요. 근데 압권은 제 여동생이었습니다. 연년생이라 싸우기도 많이 하고 만날 붙어서 같이 놀았는데 갑자기 내외하는 겁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말해 주었는데 제가 하도 놀리고 무서운 이야기도 많이 하니 꿈에 제가 귀신으로 나왔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저를 관찰했다나요? 진짜 귀신인가 하고.

그 겁쟁이 여동생은 결혼해서, 자식 둘을 두고 잘살고 있습니다. 제 특훈으로 이젠 저보다 더 깡이 셉니다. 절대 아무한테도 지지 않아요. 언니인 저한테도요. 세월이 지나니 그때처럼 사이가 가깝지는 않네요. 나이가 더 들면 형제자매가 더 애틋해진다는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그렇게 놀릴 수 있는 날이 오게요.

요즘 마산에 로봇랜드도 생기고 해양공원도 생겼다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네요. 3.15 해양누리공원은 모두 네 공간으로 레포츠 공간, 중심 공간, 문화예술 공간, 역사상징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낮에는 바다 풍경을 보며 산책할 수 있고, 밤에는 공원 곳곳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로봇랜드는 세계 최초 로봇 테마파크라고 하는데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와 로봇체험, 로봇관람시설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자동차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하는 로봇,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신나는 음악에 군무를 선보이는 드론 쇼 등 최첨단 로봇 시설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행을 즐기지 않아서 그런지 고향에 새로 생긴 멋진 여행지보다는 어렸을 때 놀았던 동네 마당이랑 그네가 더 그립고 가보고 싶습니다.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그때가 그리운 건 나이가 드는 때문일까요.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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